83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줄기찬 기동력과 조직력으로 4강 신화를 이룩했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세계최강 브라질에게 1-2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세계언론은 한국의 선전을 극찬했다. 이에 고무된 축구협회는 진흙탕 구장인 효창구장에 39억원을 투입하여 4계절 경기가 가능한 인조잔디를 포설했다.그로부터 14년후인 올해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브라질에게 무려 10골을 허용하며 탈진,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러자 국내언론은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효창구장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청소년팀의 선전을 계기로 탄생했고 한국축구를 한단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효창구장이 묘하게도 이번에는 청소년팀의 패배로 한국축구 몰락을 부른 주범이 됐다.
현재의 효창구장에서는 정상적인 축구가 불가능하다.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라 축구선수들의 생명까지 단축시키고 있다. 인조잔디의 표면이 닳아 콘크리트바닥에 담요를 깔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태클은 화상을, 발목을 쓰는 개인기는 골절상을 유발하고 공이 쏜살같이 튕겨나가 정교한 패스는 엄두도 못낸다. 이럴 지경인데도 효창구장에서는 국내경기의 80%를 소화하고 있다. 중·고교 선수들은 결승에나 올라야 천연잔디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니 브라질전의 참패는 논할 것도 못되고 오히려 이처럼 열악한 조건에서도 세계선수권 본선에 오른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다.
60년 10월12일 준공된 효창구장에는 본래 파란 잔디가 깔려있었다. 동대문종합운동장에 잔디가 깔린 것이 67년 6월이니 효창운동장은 국내유일의 잔디구장으로써 장안의 명물이었다. 그러나 당시 자유당 말기의 정치열풍으로 각종 집회나 행사가 빈번히 열리는 바람에 잔디는 2년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고 이후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논두렁으로 전락했다. 83년 인조잔디로 단장했지만 14년만에 폐해가 여실히 입증됐기에 이제는 천연잔디를 다시 심든지 아예 축구장을 폐쇄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축구협회는 최근 협회주최대회를 효창구장에서 치르지 않기로 했지만 이는 미봉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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