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급 연기·부동산 값 폭등에 다소 불안홍콩에 8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박모씨는 최근 홍콩 이민국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unconditional) 비자 발급이 8월이후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조건적인 비자란 홍콩에 7년이상 거주한 외국인이 발급받는 사실상의 영주권. 박씨는 4월 이를 신청했고 이민국에서는 서류상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경우 1개월안에 발급해주는 게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박씨의 경우 발급요건에 하자는 없으나 현재 홍콩정청 소속인 이민국이 외국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자발급을 일찌감치 홍콩특별행정구(SAR)에 이관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7월1일 이후」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박씨는 그래서 요즘 많이 달라졌다. 홍콩 공무원들의 자세가 예전같지 않아 보이고 치안문제나 자녀 교육문제 등도 갑자기 신경이 쓰인다.
홍콩은 시민 10만명당 경찰인력이 550명에 달하고 범죄율도 아시아 최저수준이다. 또 지금까지 한국인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영국계 공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교육비 지원도 많았다. 그런데 내달 1일이후에도 이같은 경찰력을 유지하고 영국계 학교를 계속 지원해줄 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들어서만 50%이상 폭등한 홍콩의 부동산 가격도 교민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홍콩 한인회의 연임(55) 사무국장은 『최근들어 교민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이미 영주권을 발급받은 교민들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이를 갱신해야 하는 지 물어올 정도로 다소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주부 이영미(36)씨는 『한·중간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고 베이징(북경) 상하이(상해) 등에도 많은 한국교민이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걱정은 안된다』면서도 『다만 홍콩에 사는 이유가 (남편의)사업 때문인데 7월1일이후 사업환경이 나빠진다면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은 영주권을 갖고 있는 1,300명을 포함, 모두 8,000여명 정도. 홍콩내 한국교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홍콩에 사는 첫째 이유가 이곳이 「비즈니스 천국」이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한 예로 회사설립때 최소 자본요건이나 심사과정이 없고 세금납부도 자진신고가 원칙이다. 그런데 7월1일이후 이런 이점이 사라진다면 이씨의 경우처럼 홍콩에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말한다. 중국의 홍콩 인수후에도 홍콩 공무원들의 중립성과 합리성이 지켜지고 자유방임에 가까운 기업제도 등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우려하는 것이다.<홍콩=박정태 기자>홍콩=박정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