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는 「버즈(Buzz·소문)」라는 특수용어가 있다. 어떤 영화가 일반에게 개봉되기 훨씬 전에 영화계에서 떠도는 해당 영화에 대한 평을 말한다.「버즈」란 소문이어서 종잡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소문이 영화사 간부, 에이전트, 매니저, 변호사, 홍보부 직원, 배우 및 비평가 등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 생성되는 것이어서 영화의 흥행 성패의 정확한 지표가 되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3일 개봉된 「스피드2」는 사전에 『썩은 영화』 『이야기가 없는 영화』라는 버즈를 들었는데 개봉 첫주에는 흥행 1위를 했으나 다음주에는 5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이와는 반대로 줄리아 로버츠가 연이은 흥행실패 끝에 컴백을 선언하고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내친구의 결혼」은 『최고의 데이트 영화』라는 버즈를 들었다. 지난 20일 개봉된 이영화는 버즈대로 개봉 첫주말 2,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빅히트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버즈의 예언이 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개봉된 배트맨 시리즈 4편인 「배트맨과 로빈」은 『이 시리즈는 이미 식상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영화』라는 버즈를 들었으나 개봉 첫주말 무려 4,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버즈는 이제 단순히 영화계에서만 나도는 것을 넘어 영화계 소식을 알리는 TV프로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엑스트라」 등을 타고 시골 구석의 팬들에게까지 전달돼 영화의 흥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스튜디오들은 자사작품을 위한 좋은 버즈를 일찌감치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소니사는 7월4일에 개봉될 자사작품 「맨 인 블랙」을 위해 버즈를 생성해내려고 이미 개봉 9개월전에 주연배우인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 그리고 20분짜리 영화 발췌 필름을 동원해 뉴욕서 뉴스 매체를 위한 잔치를 가졌었다. 이 작전이 주효, 지금 이 영화는 올영화 최대의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버즈를 듣고 있다.
할리우드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인정사정 없는 경쟁의 전장이어서 버즈는 타사작품의 사전 이미지를 깍아내리는데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전문가들은 버즈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작품의 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버즈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의 질이 나쁘면 결국은 관객이 외면하고 버즈가 나빠도 영화의 질이 좋으면 관객이 찾는다는 것이다.<박흥진>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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