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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자에 바란다/송재건 중원산업 회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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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자에 바란다/송재건 중원산업 회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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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사람이 강아지로 보여 삶아먹었다는 차마 믿을 수 없는 보도가 있다. 얼마나 기아에 시달렸기에 사람이 강아지로 보였다는 말인가. 사실여부 이전에 가슴이 저려온다.실로 북한의 실정이 이렇다면 북한당국은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그들의 기아를 해결하여 줄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동족인 남한동포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의 식량원조가 의례적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원수처럼 지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화해와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혈연이다. 비록 체제는 다를망정 남한의 동포는 북한동포의 비극을 끝내 외면할 수 없다.

분명히 밝히건대, 북한당국이 남한동포의 뜻을 순수하게만 받아 들인다면 적어도 기아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4월12일 도하 각 일간지에 남한의 민간 종교·사회단체가 북한주민을 상대로 직접 식량을 전달할 수 있도록 북한당국은 통로를 열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을때 『그리만 된다면 성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화가 쇄도했다. 심지어 『친목계 돈으로라도 성금을 내겠다』 『부식비를 줄여 성금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는 한마디로 남한 동포들의 북한동포에 대한 동족의식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껏 북한동포 식량돕기가 부진한 것인가. 첫째 북한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원조물자에 대한 원조자 표지는 물론 상표조차 부착하지 말 것이며 그것도 제3국 적십자를 통해 보내라는 등 조건부 수락에 분노와 회의를 동시에 느꼈던 것이다. 초기에 남한의 종교·사회단체들이 라면, 과자 등의 식품을 애써 모아 적십자사에 보내면 포장을 뜯어내고 재포장을 해야 했으며 그것도 제3국을 통해 보내자니 포장비와 수송비가 엄청나서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베이징(북경)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원조자측의 표지나 상표가 부착되어도 무방하다는 합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문제점은 여전하다.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운반하여 필요한 곳에 직접 전달하면 시간단축은 물론 수송비, 상하역비 절감등을 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송조건이 열악한 중국 옌볜(연변)을 통하거나 해로와 적십자 당국자간의 전달만을 고집하는데에 불만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당국의 조건부 수용태세는 북한동포를 돕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전쟁중 굶주림에 허덕일 때 우리는 외국의 원조를 조건없이 받아들였다. 다른 것도 아닌 인간생존에 최우선하는 식량원조에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원조자측이 당시 남한의 공무원을 못믿겠다하여 직접 주민에게 배급을 주었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할 수 없었다. 무조건 고마울 뿐이었다. 국민이 기아에 허덕이는데 찬밥 더운 밥을 어찌 가릴 수가 있는가.

북한당국이 판문점을 통한 직접 원조를 꺼리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체제유지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는 북한당국의 엄청난 착오다. 3일 굶어 남의 담장 안 뛰어넘는 자 없다. 한마디로 백성의 기아상태를 방치하고 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 인민들이 배고픔을 못견뎌 생사를 걸고 국경을 넘는 판국에 무엇을 꺼리는가. 지금 북한의 주민은 자본주의가 어떻고 공산주의가 어떻다고 따질 기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북한당국이 체제유지를 원한다면 기아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북한당국은 구호식량 보급의 통로를 판문점으로 할 것이며, 남한의 종교 사회단체만이라도 구호식량을 북한주민을 상대로 직접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쪼록 북한당국은 굳은 사고를 조속히 전환하여 최악의 상태를 면하기 바란다. 우리 당국 또한 결코 정부 단일창구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정부당국의 우려와 애로를 모르는 바 아니다. 북한동포돕기운동을 빙자한 종교 사회단체들의 무질서와 북한당국의 고착된 사고방식 등. 전자의 경우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으므로 그리 우려할 바가 아니다. 북한당국의 자세는 그들로 하여금 남한동포의 정서를 알도록 하면 해결할 수 있다. 금번 북한당국이 원조자 표지 금지를 해제하고 양 적십자간의 전달형식이나마 취한 것은 남한의 정서와 국제여론을 어느 정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북한동포 식량원조정책은 사실상 4자회담보다도 더 가치있고 중요하다. 그것은 남북한의 적대의식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해독제가 되는 동시에 통일을 향한 더할 나위없는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대북식량정책에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

재삼 강조하는 바는 북한당국 또한 왜곡된 대남정책은 오히려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인민은 기아선상에서 촌각이 여삼추인데 수혜자의 입장에서 비경제적인 악조건을 제시한 채 더 빠르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이런 모순이 어디있는가. 다시한번 남북한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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