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랫빛 참외 익어가는 곳/남한강 흰물줄기를 바라보는 금모랫마을의 ‘금싸라기’ 참외/지금쯤 이포나룻길엔 달콤한 향기가 솔솔∼/원두막이 있기에 비라도 내리면 더욱 좋다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주말 비소식을 들으면 선뜻 먼길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이럴 때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다녀올 곳은 없을까?
경기 여주군 금사면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맛있는 참외 산지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이포나룻길에는 벌써부터 나들이 차량들이 줄을 잇고, 이들을 맞기 위해 비가림을 해놓은 원두막이 70여개나 줄지어 있다. 직접 참외농사를 짓는 곳이어서 어느 원두막이든 뒤켠에는 먹음직스런 참외가 노랗게 익고 있다.
가는 길을 선택하기에 따라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전원풍광에 한껏 젖을 수 있고, 금사면을 한바퀴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주말나들이로 손색이 없다. 나들이를 연장할 경우 경기도내 명소들이 지척으로 이어진다.
금사면은 이름 그대로 남한강 물줄기가 이포나루를 지나면서 옮겨놓은 고운 금빛 모래밭에서 나온 이름이다. 금모랫마을이다. 모래밭과 이어지는 강변 들녘 역시 강물이 밀어다 붙인 비옥한 충적토여서 바닥이 포슬포슬한 모래땅이다. 그래서 여름 한철 각광을 받는 게 「금싸라기 참외」다. 나기도 많이 나지만 맛이 뛰어나 청과시장에서 여주쌀과 함께 여주 명물로 꼽힌다.
예전에는 모두 차에 실려 서울로 왔지만 이포교가 놓이고 금사면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포장되면서 이 길을 지나다 원두막에 들러 참외를 접할 수 있게 됐고,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이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참외를 먹으러 오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3개 마을 200여 참외농가중 가장 많은 농가가 들어있는 궁리와 도곡리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차 안으로 달콤한 참외향이 스며들고, 맛을 보라며 참외 조각을 내미는 주민들도 정겹기만 하다.
이곳 노랑참외는 지금부터 제맛이 난다. 금사면 노인들은 속없이 겉만 멀쩡한 사람을 보고 「맏물 참외」같다고 한다. 처음 열리는 참외가 모양새는 큼직하고 좋아보이지만 두물까지 따내고 세물쯤부터가 제맛이 난다는 것이다. 9월초까지 참외를 따낸다.
원두막 나들이는 비가 한차례 와도 좋다. 물안개가 뽀얗게 날리는 여름 들녘의 소나기를 내다보는 맛 또한 시원하고, 낭만어린 원두막 고유의 정취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곤지암 사거리서 양평방향 329번도로
서울에서 금사면으로 들어가는 길중 가장 최근에 열린 것이 곤지암 사거리에서 양평으로 이어지는 329번 도로의 만선리에서 주록리 장아찌재를 넘어 들어가는 길이다. 아직 차량 통행이 적은 편이고, 경기 내륙의 옛 모습이 그대로 담긴 전형적 시골길이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도곡리다. 길의 끝자락인 금사교에서 좌회전해 이포나루에 이르고, 대교를 건너면 유명한 천서리 막국수촌이다. 다시 달려 금사리와 호실령을 넘으면 상품리를 거쳐 곤지암으로 나가게 된다. 호실령은 말 그대로 6·25직후까지도 호랑이가 출현하던 곳. 상호리는 호랑이가 나오는 윗마을이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한갓지고 자연경관이 참신하다.
◎참외/이뇨작용 탁월한 알칼리식품
원두막과 참외는 여름철의 상징이었다. 그 독특한 향과 맛처럼 향수에 젖게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참외는 이미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을만큼 그 내력도 깊다. 90% 이상이 수분이지만 이뇨작용이 탁월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씹히는 맛과 함께 당도가 뛰어나 여름실과 중 여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싱한 것을 사다 차게 해 속까지 함께 먹는 것이 제격. 비타민C 등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인 칼륨이 고루 들어있다. 금사리의 노랑참외는 살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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