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의 문화에 대한 애착은 확실히 남다른 듯하다. 93년 9월 미테랑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는 그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TGV를 팔기 위한 「당근」으로 김영삼 대통령에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3백40여권 중 1권을 반환하려 하자 파리 국립도서관 여직원 2명이 울고불고 했다.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하던 병인양요(1866년) 당시 프랑스 신부가 남긴 기록 또한 이 점을 생각케 한다. <…이 책들의 뛰어난 인쇄술과 글자를 금으로 상감한 수많은 책을 다시 경첩으로 장식한 제본술에 감탄했다. 우리는 기념관을 위해 가장 멋진 것을 상당수 집어 넣었다> ◆파리 국립도서관에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불조직지심체요절」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도 있다. 일찍부터 다른 나라의 중요 문화재를 약탈했고, 그것들로 루브르박물관을 채웠으며, 또한 그것을 무역협상에까지 이용하는 점에서 프랑스가 문화강국임에는 틀림없다. ◆도서반환은 도서관 여직원의 눈물 앞에서 좌절되기 시작하여 영구임대방식, 시한부 임대, 상호 교환전시 등으로 협상내용이 축소돼 왔다.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이 문제는 한불정상회담 때면 되살아나곤 한다. ◆95년 3월 파리회담 때 미테랑의 재약속에 이어, 24일 유엔본부 회담에서는 시라크 대통령이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철저히 준비해서 성사시킬 가능성이 없으면 차라리 얘기를 꺼내지 않는게 낫다. 정부로서는 「다음 회담 때까지 잊을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는 거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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