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등에 5억대 채무 있었다” 주장/“유력인사들이 자녀에 수백만원대 봉투”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정동호(62) 전 의원의 부인 구형선(58)씨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자녀들에게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지검 형사3부(김진관 부장검사)는 25일 서울 C실내골프장 대표 정모(64·여)씨에게서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빌린 8억원의 채무변제를 피하려고 자녀 사위 등 8명에게 11필지의 부동산 등을 근저당 설정한 구씨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서 구씨는 85년 고교생이던 한 자녀의 계좌에 2천3백여만원이 입금된 예금통장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부모―자식간 채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씨가 밝힌 자녀 등에게 진 빚은 장남 4억5천만원, 차남 4천5백만원, 3남 2천8백만원, 딸 3천만원, 다른 인척 4명에게 2억3천여만원 등이다.
검찰이 채무관계가 발생한 시점이 자녀들 대부분이 고교·대학시절인 점을 추궁하자 구씨는 용돈과 세뱃돈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경호실장과 육군참모차장을 지낸 정 전의원이 권력 핵심부와 가까웠던 5·6공 시절 집을 찾은 인사들이 수십만∼수백만원의 봉투를 자녀들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자녀들이 어릴 때 큰 돈을 모았다는 주장이 상식에 반해 신빙성이 없고 가족간 진술도 어긋난다며 공소시효 이틀을 남기고 기소를 결정했다.
93년 재산공개때 구씨는 남편(4억9천여만원)보다 6배나 많은 32억6백여만원의 재산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연립주택 및 역삼동 빌딩, 경남 마산시의 상가, 경기 광주의 임야 등 알짜배기 땅을 소유해 투기 의혹이 제기됐었다. 당시 구씨는 남편 제명을 논의하던 민자당 당기위원회 회의장에 골프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남편이 일선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가 후방에서 재산을 관리하며 땅을 샀는데, 왜 남편을 제명하려느냐』며 소란을 피웠다.
한편 채권자 정씨는 서울시내 유명 술집을 운영하면서 무용수를 이끌고 군 위문공연을 하던중 정 전의원을 알게 돼 80년대 말부터 구씨와 함께 서해안 부동산을 집중매입했으나 땅값이 오르지 않자 구씨에게 빌려준 8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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