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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시은 참여」 재고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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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시은 참여」 재고돼야(사설)

입력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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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원의 은행책임 경영체제 강화방안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을 50%밖에 지키지 못했다는 데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재경원은 은행법상의 은행주식소유 제한한도를 시중은행 4% 등으로 현행처럼 계속 제한키로 했으나 5대 재벌그룹 등 시중은행의 대주주들이 주주권을 행사, 사실상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정부는 지금까지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관한 한 재벌그룹들의 주식소유를 크게 제한하고 주주권 행사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왔으나 이번에 경영참여의 길을 완전히 터놓아 준 것이다. 말하자면 앞문은 계속 닫아 놓았지만 뒷문은 열어 놓은 셈이다.

재벌그룹들은 시중은행의 주식소유 한도가 4%로 제한돼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서로 연대하여 사실상 시중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일인 지분한도를 4%로 계속 제한한 것은 이러한 소위 「담합에 의한 지배」 대신 상호견제와 경쟁을 유도, 시중은행을 계속 재벌의 지배로부터 독립시켜 두자는 것이다. 은행의 소유구조 형태에서 재벌의 지배를 벗어난다 해도 대주주의 주주권 행사가 보장됨으로써 경영에서 대주주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므로 이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 이 점이 이번 재경원안의 맹점이다. 비상임이사 가운데 70%는 주식지분의 순위대로 채워지고 나머지 30%만 공익대표로 충당하게 돼 있어 은행장선임, 은행통·폐합 등 은행의 중대한 사항을 결정하는 비상임이사회는 대재벌 그룹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현재의 주식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해서도 삼성·현대·대우·LG·한진 등 대그룹과 대한·교보 등 보험회사, 한국투신·대한투신·국민투신 등 투신사 등도 시중은행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는 삼성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이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외환 등 6대 시중은행에서 1.05%에서 7.0%까지의 지분을 갖고 있어 전시중은행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부터 실시한 비상임이사 제도와 관련하여 비상임이사 관련기업에 대한 「정실대출」 등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주주권행사 허용은 당연한 것이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라는 측면에서는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재계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동일인 지분한도를 계속 4%로 묶은 것은 평가하지만 이러한 올바른 결단이 5대 재벌그룹 등의 경영참여로 도로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해서는 안된다.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아무 주인이나 찾아주자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폐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시중은행도 인사·경영 등에 자율이 보장된다면 건전경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벌의 비상임이사 참여는 50% 이하로 제한돼야 한다. 재벌그룹들은 이미 제2금융권을 지배하고 있고 신설이 허용되는 지주회사를 통해서도 종합금융그룹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 6대 시중은행 지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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