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수 1,400명 전체의 11.4%/텃밭 김덕룡 대 강세 이회창/광주·전남 “될사람 밀자” 전북 “일단 고향사람을”/이수성·이한동·이인제는 틈새 노리며 파고들기호남의 신한국당 당원들은 2중으로 소외를 느끼며 살아왔다. 한편으로 개발과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호남인의 한을 안고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내의 광범위한 야당기류, DJ기류에 외롭게 맞서며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환의(광주 서구) 지구당위원장은 『중앙무대에 나가면 밀리고, 고향에 돌아오면 냉소를 받는게 호남 여당인의 설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2중의 소외의식은 경선에서 호남 대의원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토대이다. 소외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람」을 찾는 동지의식,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고단한 처지를 일거에 풀어줄 수 있는 거물을 기대하는 「메시아적 심리」를 만연시키고 있다.
소외에서 출발한 동지의식은 경선주자중 지역적 연고가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고, 메시아적 심리는 대세를 몰아가는 강한 주자를 택해야 한다는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전북은 연고의식이 팽배해 있어 김덕룡 의원의 우세가 확연하고, 광주·전남은 비교적 대세론이 확산돼있어 이회창 대표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그 틈새로 이수성·이한동 고문, 이인제 경기도지사 등 다른 주자들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구도를 뒤흔들 정도는 못되는 형편이다. 호남 대의원은 전북 525명, 광주·전남 875명 등 1,400명으로 전체의 11.4%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
전북도지부 사무처장 손풍삼 지구당위원장은 『일단 우리 사람을 밀어주자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김덕룡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대의원 지춘식씨는 『해방이후 전북출신이 여권의 대권주자 물망에 오른 적이 없다. 혈혈단신으로 그만큼 컸으면 고장에서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덕룡 의원의 독주가 보장된 것만은 아니다. 공천섭 강상원 김주섭 지구당위원장은 이대표 지지로 기울어있고, 관망파 위원장중 일부는 『DR이 뜨지 않으면 지지하기가 쉽지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대표 진영도 공격적으로 관망파 지구당위원장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의 분포와는 무관하게 김의원 지지세가 60%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
광주시지부의 서송주, 전남도지부의 김형철 사무처장은 『광주·전남은 전북과 다르다. 김의원을 호남인물로 생각하지만 강세를 보이는 주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 김처장은 『광주·전남 지구당위원장의 상당수는 다음 정권에서도 소외자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을 갖고있다. 따라서 될 사람을 밀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광주의 지구당위원장 6명중 김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지구당위원장은 없는 반면 이대표 지지자는 이환의·김용호 위원장 등 2명이다. 나머지 4명중 정발협의 조규범 지구당위원장은 친이수성, 이승채 지구당위원장은 친DR성향을 보이고 있다. 고귀남·정경주 위원장은 중립으로 분류되고 있다. 광주 서구 지구당의 정영규 사무국장은 『이대표 진영이 대세론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여 중립적인 위원장들도 빨려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전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대표측의 공격적인 세력확장, 선봉장격인 전석홍 의원, 최문휴 지구당위원장의 적극적인 설득작전으로 상당수 위원장이 이대표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 표면상으론 이대표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게 형성돼 있으며 김의원이 텃밭을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의원 이용기씨는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경선이 지역대결로 가거나 과열현상을 보이면, 연고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의원 김인규씨는 『본격적으로 경선 선거운동이 시작된후 어느 주자가 상승하고, 주자간에 어떤 조합이 이루어지느냐도 대의원들이 주시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판세가 가변적이라는 얘기다.
유동적인 성향은 다른 주자들에게도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인제 경기도 지사는 김창석 지구당위원장 등 일부 위원장과 대의원들 사이에서 지지분위기를 엮어가고 있다. 이한동 고문도 40∼50%에 달하는 구여권출신 대의원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가고 있어 나름대로 지지세를 구축했으며, 이수성 고문도 과거 최형우 고문계로 분류되던 민주계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교두보를 마련해놓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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