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은행소유’ 우려 합리적 결정/소유구조 ‘뼈대’는 유지 주주권 강화로 ‘운영의 묘’ 살려/누구나 주주권행사 가능… 5대 재벌 입김 강해질듯재정경제원이 24일 은행 소유구조개선문제를 백지화한 것은 현재 추진중인 빅뱅(대폭발)식 금융개혁에 걸맞지 않는 보수적인 결정이지만 동시에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은행 소유구조 개선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 거대한 은행을 소유할 수는 있는 기업은 사실상 재벌그룹밖에 없다는 한국적 현실 때문에 「지분확대=재벌의 시중은행 소유」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가 확정한 개선방안의 골자는 현행대로 은행의 동일인 지분한도를 4%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의 1인당 소유지분한도는 시중은행이 4%, 투자금융회사에서 전환한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이 각각 8%, 지방은행이 15%로 제한되고 있으며 합작은행 현지법인 금융전업가 등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재경원은 대신 누구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현재 금지되어 있는 5대 재벌도 비상임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와함께 대주주가 비상임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0%에서 70%로 높였다. 비상임이사회는 은행장 및 감사 후보추천권을 쥐고 있는 사실상 은행의 최고 정책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소유구조라는 「뼈대」는 건드리지 않돼 주주권 강화라는 「운영의 묘」만 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 대우 LG 한진 등 5대 재벌(여신기준)의 은행 경영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말 현재 현대그룹은 전체 25개 일반은행 가운데 17개 은행의 대주주(1%이상)이며 삼성그룹은 16개 은행 대주주다.
정부는 또 금융개혁위원회 건의안을 수용, 금융산업의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 연내 입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하게 될 경우 은행법상 4%의 소유지분한도를 그대로 적용키로 함에 따라 이 회사가 태동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왜 급선회하게 됐을까. 사실 지난달 금개위가 지분한도를 10%로 늘릴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한데다 정부안의 책임자인 강경식 경제부총리 역시 평소 『은행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지름길은 시중은행을 재벌에게 맡기는 것』이라는 지론을 표명한 터여서 파격적인 지분한도 확대조치는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물론 이과정에서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격렬한 논쟁이 전개됐다. 분기점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최근 종금사들이 강부총리가 주도한 부도유예협약에 이의를 제기,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회수에 나서는 등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조하지 않는 등 주인있는 금융기관의 단점을목격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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