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터 80·믹서기 63% 오디오도 절반이 외산/운동화 연 85%씩 수입 증가국산 공산품이 사라지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던 국산품이 하나 둘씩 외산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유아용 장난감과 초등학교 어린이 학용품에서부터 고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저가품은 중국 등 후발국제품에 의해, 첨단기술이 필요한 고가품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제품에 의해 급격히 시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당국과 업계 집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나와있는 계산기는 거의 전부가, 커피 메이커는 95%, 전기 면도기는 81%, 토스터 79.7%, 믹서기 63.4%, 전기 다리미 58.0%, 전기 오븐 57.6%, 헤어 드라이어 50.2%, 오디오 44.9%가 외산이다. 이밖에도 숱한 공산품이 국산보다는 외산을 찾기 더 쉬울 지경이 됐다.
한마디로 자연생태계에서 토종 어류가 외래어종에 터전을 빼앗기고 있듯 국산공산품도 외산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 인기있는 휴대용 CD플레이어와 카세트도 외산이 아니면 팔리지 않고 있으며 면도기와 다리미도 오래전에 외산이나 외국업체 라이선스제품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대형 가전제품 시장도 자동차와 함께 99년께부터는 외산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수입품의 국내시장 침투 속도. 한때 미국시장을 석권했던 한국산 운동화는 국내시장에서조차 장악력을 상실, 수입 증가율이 연 85%에 이르고 있다. 운동화의 대명사였던 범표 말표 왕자표 등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텐트·캠핑용품 우산 완구 가구 의류 모자 가방 등도 수입 증가속도가 몹시 가팔라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산품이 이처럼 위기에 처한 것은 후진국에는 가격경쟁력, 선진국에는 품질경쟁력에서 각각 밀려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외제선호병도 한몫을 하고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한국상품은 적자생존에 실패, 치열한 경제전쟁의 현장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퇴장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조재우 기자>조재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