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사랑해요」 「노 키스」(No Kiss) 「클린턴이 싫어요」. 승용차뒤쪽 범퍼에 붙이는 스티커에 쓰여 있는 문귀들이다. 최근 미국 언론계에서는 이에 빗대 「범퍼스티커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신문을 자세히 읽을 시간이 없다. 따라서 사진이나 그래픽을 크게 실어 시각적 효과를 높이고 기사를 읽지 않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목을 크게 다룬다. 이러한 편집방침을 적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신문으로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꼽힌다. 미국 전역에서 발행되는 이 신문은 1면에 큼지막한 사진과 시각적 효과를 살린 그래픽을 싣고 기사를 짧게 쓰기 때문에 바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미국 주요도시의 호텔에서는 이 신문을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편집방침에 대한 비판도 크다. 도대체 신문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이유이다. 깊이있는 분석이나 여론을 조성하는 기사가 없기 때문에 범퍼스티커를 보는 것처럼 제목이나 사진 그래픽만 보고 쓰레기통에 버려도 된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 비아냥이 잔뜩 배어있는 「범퍼스티커 저널리즘」이다.
TV나 인터넷 등 영상매체가 등장한 이후 인쇄매체인 신문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영상세대들을 겨냥해 편집방향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신문이 시각적인 효과만 노리다 보면 영원히 영상매체를 뒤따라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신문은 신문일 뿐이지 방송이 아니다. 아무리 시각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신문은 TV의 영상을 압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쇄매체는 깊이있는 분석과 논평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특성을 잘 살려내는 것만이 인쇄매체가 다매체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범퍼스티커처럼 한번 보고 지나쳐버리는 게 아니라 관심있는 기사를 클리핑해서 보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을 신문에서 볼 수 있기를 독자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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