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하수불범정수” 시장경제·50년 자치 허용/주민 안도속 중 수렴청정·부패전염 등 우려도「하수불범정수(강물은 우물물을 침범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베이징(북경)을 방문한 둥젠화(동건화) 홍콩특별행정구(SAR) 초대 행정장관에게 한 말이다. 이는 중국이 홍콩을 귀속받으면서 일국양제라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이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 두체제」라는 말로 홍콩반환 이후에도 홍콩은 사회주의체제인 중국과는 달리 자본주의체제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2월 사망한 덩샤오핑(등소평)이 주창한 이같은 홍콩통치 원칙에 입각, 중국은 홍콩에 적절한 수준의 정치적 자유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의 입장에 대해 서방측과 홍콩인 사이에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일국양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50년간의 고도자치 허용과 「항인치항(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에는 모호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입장에 신뢰를 두지않고 있는 서방과 홍콩 민주세력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이같은 원칙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를 지속하고 홍콩에 대해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존 틀을 50년간 유지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일국양제 이론은 사상초유의 실험이기 때문에 숱한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 영국 등 서방측과 홍콩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동 장관이 특구 정부의 각료로 유임시킨 현 정청의 각료들은 ▲베이징주재특구 연락사무소 설치 ▲행정장관 비서실장격인 중앙정책조 조장 인사 ▲토지기금관리 ▲공안 및 사회단체 조례 개정 ▲영주권 허용 범위 등의 문제로 동장관과 마찰을 빚고 있다. 동 장관은 또 홍콩의 인권 및 자유 보장과 관련해 홍콩 주민의 이익을 외면하고 중국측의 의도에 맞춰 「선일국후량제(홍콩의 자본주의보다 중국의 주권 중시)」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측이 사실상 임명한 임시 입법회의(PLC)와 95년 민선으로 구성된 현 입법국 간의 갈등이 외교적 마찰로 번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주권반환식에는 참석하되 PLC 의원의 취임 선서식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동 장관이 일국양제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신화통신사 홍콩분사 사장, 인민해방군 주둔 사령관 등 중국에서 파견된 실세들이 홍콩 통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결국 영국이 파견한 총독의 절대 통치아래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이던 관료집단이 자율 경제원칙으로 다스려 오던 홍콩은 홍콩 주민이 간선으로 뽑은 행정장관이 전반적인 행정을 주도하되 권력은 행정, 외교, 중국 기업 통제, 군사 등 4개 분야로 분산될 전망이다.
때문에 중국의 개입 우려와 부패의 전염, 공무원제도의 중립성 붕괴, 지나친 권력 분산 등으로 홍콩의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장관이 수완을 발휘,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민주주의체제와 인권 등을 보장할 경우 홍콩은 안정속의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홍콩 어떻게 달라지나/큰 변화없이 ‘영국물’ 빼기/홍콩달러·원 함께 통용/단기 무비자입국 유지/언론자유는 위축 전망
중국정부는 홍콩반환 이후 원칙적으로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점에 비춰볼때 비록 주권반환을 앞둔 홍콩에서는 지금 영국적인 색채를 뺀 그림이 다시 그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주민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7월1일 관공서 홍콩선박 등에서 홍콩기가 내려가고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SAR)기가 올라간다. 관공서 건물에서는 영국황실기장 문패가 사라지고 대신 기관명을 중국어로 쓴 문패가 걸린다. 킹스대 등은 영국 색채의 교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학교배지 유니폼 등에 황실기장을 없앴다.
교과서 내용중 천안문사태와 대만에 대한 국가표시가 삭제되며 45년 영국이 일본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해방절이 중일전쟁 전승기념일로 바뀌는 등 국경일 명칭도 중국식 용어로 통일된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도 별다른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우선 출입국의 경우 홍콩반환 이후에도 지금처럼 단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홍콩에 도착, 15일간의 관광비자를 받을 수 있고 친지방문의 경우 3개월까지의 비자가 허용된다. 23일 이후 장기체류목적으로 홍콩에 가려면 중국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해야하며 홍콩에서 중국본토로 들어갈 경우 중국비자가 별도로 필요하다. 또 7년이상 홍콩에 거주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한편 반환후에도 홍콩달러가 중국화폐 위안(원)과 함께 통용되며 영어또한 중국표준어인 「보통화」와 함께 공용어로 쓰인다. 홍콩 국제전화번호인 852는 그대로 사용될 예정이지만 홍콩·중국간 국제전화는 국내전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도의 자치에는 「고도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주장이다. 오성홍기를 불태울 경우 현행 징역 3월, 벌금 5,000달러에서 징역 1년, 벌금 5만달러로 형량을 높이는 등 시위관련 법규를 강화했다. 홍콩정부는 언론이 대만, 위구르독립을 옹호하고 중국지도부를 비판할 경우 이를 결단코 수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 언론자유는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윤태형 기자>윤태형>
◎홍콩 민주세력의 장래/시위·정치자금모금 제한 등 ‘항인치항’ 가시밭길속 해외세력 연대 중압박 계획
홍콩내 민주세력에게 7월1일은 가시밭길의 시작이다. 민주세력이 목표로 삼고 있는 「항인치항」의 자치노선이 중국의 정책과 내용상 상극이기 때문이다.
민주세력은 중국의 정치·사회적 개입을 차단하면서 홍콩의 계속적인 민주화를 추진하려 한다. 반면 중국은 자칫 홍콩이 대륙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체제전복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세력은 중국당국에 눈엣가시이자 주요 공략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주권반환과 동시에 민주세력의 공식 활동무대인 현 입법국(의회)을 해체, 자신이 지명한 임시 입법의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95년 9월 구성된 현 입법국(총 60석)은 지역구 직선 20석, 직능대표 30석, 선거위 선출직 10석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대표적 민주세력인 민주당은 직선의석 17석을 비롯해 19석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내달 1일부터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중국은 아울러 집회·시위규정을 허가제로 강화하고 정당의 홍콩내 정치자금 모금도 엄격히 제한해 민주세력의 활동공간을 제도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반면 민주진영의 저항도 만만찮다. 입법국 해체의 불법성을 최고 항소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89년 천안문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최대한 여론화하고 있다. 또한 해외언론 및 정치세력과 연대, 세계적인 인권단체들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민주진영은 민주당을 비롯해 지원단체인 지련회, 중국을 탈출한 망명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일부는 이미 홍콩을 떠났거나 떠날 태세이지만 상당수는 『감옥행 불사』를 외치고 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기본 통치노선을 교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취는 홍콩의 장래에 중요한 변수로 취급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바람이 지나칠 경우 중국 당국이 극약처방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민주당 주석 리주밍/민주투사의 ‘대명사’/중 홍콩내 요시찰 인물 1호
홍콩 민주당의 리주밍(이주명·59) 주석은 대표적 민주투사로 중국의 홍콩내 요시찰 인물 1호다. 영국 유학후 변호사를 개업한 그의 민주화 행로는 부친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부친은 저우언라이(주은래) 전 중국 총리와 파리 유학친구임에도 불구, 국민당 장군으로 활동했으나 국민당의 부패와 권위주의에 실망해 결국 홍콩에 정착했다.
이주석은 80년대부터 중국의 홍콩 기본법 기초소위 위원으로 참가, 홍콩의 자치보장에 매진했다. 자신의 뜻이 수용되지 않자 민주당을 창당해 91, 95년 압도적인 지지로 입법국 의원에 당선됐다. 95년 미국 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국제인권상을 수상했으며 올 5월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등 미국 정치 지도자들과 면담, 홍콩인권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했다. 7월1일 반환행사에 참석한 직후 민주시위를 계획중인 그는 홍콩 보안법에 따른 양심수 1호가 될 수도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