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디자인의 현실/안상수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전문가 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디자인의 현실/안상수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전문가 진단)

입력
1997.06.21 00:00
0 0

◎국내 디자인전시회 경력쌓기 집안잔치/유관업계 투자통한 세계전략 서둘러야지난달 청담동 동덕디자인갤러리에서 중국 시각디자인전이 열렸다. 서울의 디자이너들이 본격적으로 중국대륙의 디자인을 접해보기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말 중국 선천(심천)에서 열렸던 전 중국시각디자인공모전 입상작을 서울에 유치한 것이었고 내용은 포스터, 기업 홍보물, 연하장, 상품포장,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했다.

전시물은 중국인을 배제한 4명의 국제심사위원이 심사하였고, 그 진행을 홍콩의 국제변호사회사가 맡아서 하는 등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기 위해 무진 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 심사후 12월 선천의 첫 전시에 이어 올 3월 오사카에서 전시회가 열렸고 10월에는 프랑스에서 순회전을 열기로 잡혀있다. 단번에 중국의 시각디자인을 세계 속으로 부각시키는 행사인 것이다.

중국시각디자인전을 통해 나는 우리의 디자인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성격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이라는 것이 있다. 3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이 전시회는 비단 시각디자인 뿐만 아니라 공업디자인, 공예디자인을 포함하는 국가주도의 관전으로 60년대 말 「수출입국」의 첨병으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껏 이 전시회의 수준은 국내잔치로 머물렀다. 여러가지 공로도 많았지만 이제 그 전시회는 대학교수 지망생들의 경력쌓기 잔치로, 또 신인발굴 차원정도의 의미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전락했다. 또한 심사위원 구성이나 심사방법, 도록의 품질, 그 전시목적 등은 시대에 한참 뒤처져있을 뿐이다. 이 전시회의 입상작이 상품화나 현실화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디자인이 시장이나 문화의 현실상황과 모두 거리가 있다.

중국의 공모전행사는 선천의 30명 정도되는 디자이너 모임이 주도하고 선천의 인쇄소, 종이회사, 컴퓨터 원색분해회사 등 중소기업이 경제적으로 지원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전시회를 통해서 대만,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는 하나의 중국을 디자인으로 묶어 놓는 성과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시회에 돈을 대주는 인쇄소나 종이회사가 있을까. 사실 서울의 대형 인쇄소나 종이회사는 이러한 시각디자인 산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는데 올바른 시각디자인 문화발전을 위해 무엇을 투자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디자인전을 보고 많은 이들이 의외의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그랬지만 아마도 대부분 중국의 디자인은 막연히 우리보다 한수 아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우리 뇌리에 박혀있는 중국의 디자인이 우리의 눈앞에 의외로 다가온 충격은 그래서 더 컸는지 모른다. 또한 우리가 생각했던 중국은 본토의 사회주의국가였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중국은 홍콩, 대만, 마카오를 포함한 개념이어서 우리의 선입견을 뒤흔들었던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중국보다 먼저 산업화를 이루었다고 해서 자만할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국제적인 마음가짐에서 그들에게 선수를 빼앗긴 기분을 누구나 느꼈으리라.

더욱이 다음달이면 홍콩은 중국에 편입된다. 홍콩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반열에 이미 올라있다. 그들의 서구적 경험과 중국대륙의 열망이 합쳐지면 중국의 디자인저력이 국제사회의 표면으로 급격히 떠오르리라 본다. 이제 중국은 역사문화와 막강한 국력의 뒷받침 아래 세계 속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들어 일본의 디자인은 이미 세계적이 되어버렸다. 일본에서 튕긴 공은 우리 손을 거치지 않고 중국으로 넘어가는가.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자성해야 할 일이다. 겉으로 호화로운, 말만 무성한 우리의 모습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한국디자인의 해외전을 우리는 열어 보았는가. 그저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동네잔치같은 그룹전은 학연이나 지연에 머문다. 이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행위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제 우리도 세계적인 디자인전략을 서둘러 세워야한다.

국가문화의 세계적 경쟁력을 외치고 OECD가입을 자축하면서, 세계 11위의 교역량을 자랑하기 보다 우리는 국부적 차원에서 디자인 역량을 바로 셈해보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