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 2년을 맞아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조사해 발표한 기사가 최근 몇몇 언론에서 나왔다. 살기좋은 도시에 관한 조사결과는 81년 한국일보가 처음으로 기사화한 후 여러 신문사에서 계속 조사, 발표해 오고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의 살기좋은 곳에 대한 관심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숙종때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를 보면 우리나라 8도의 살기좋은 곳을 네가지 조건을 가지고 선정하여 상세히 써놓았다. 이 네가지 조건을 보면 첫째는 풍수적인 지리로서 물의 입구 및 흐르는 방향과 형세를 보고 들의 형세와 산의 모양, 흙의 빛 등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는 생리로서 기름진 땅인지 여부와 배와 수레를 이용해 물자를 교류시킬 수 있는 곳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인심으로서 서민의 인심과 풍속을 보라고 얘기한다. 마지막으로는 산수를 보라고 하는데 이는 주민들이 인근에 유람할 만한 산수가 있는가를 보라는 의미이다. 살기좋은 곳에 대한 조선시대의 조건을 최근의 것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살기좋은 도시의 평가항목으로 경제여건, 생활여건(주거환경, 교육, 문화여가), 행정 서비스, 환경, 의료복지, 안전 등을 들고 있다.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된 도시들이 갖는 세가지 공통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는 살기좋은 도시들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로서 인구규모가 대부분 10만∼20만 규모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아니고 매년 살기좋은 도시를 선정해 오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는 모든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득점한 도시라는 점이다. 이는 도시란 어느 한 분야는 월등히 좋고 다른 분야는 현저히 열악한 수준을 보이는 것 보다는 모든 분야서 균형있게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인구유입이 적거나 감소되어 인구에 비해 교육, 문화 등의 생활여건이 여유가 있는 도시라는 점이다. 도시 삶의 질은 인구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민들은 도시가 발전한다는 것을 인구가 늘어가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오히려 삶의 질은 인구증가로 인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살기좋은 도시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상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를 자기의 업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기에 바쁜 도시도 있다. 살기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기선전보다는 어떠한 조건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를 분석해 보고 이들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전임총리였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가 구마모토(웅본)현의 지사시절에 기울인 노력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는 구마모토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트폴리스(예술도시) 조성 계획을 시행하였는데 이는 도시와 지역 자체를 그대로 예술박람회장으로 삼고 완성된 건물, 공중화장실, 교량, 공원 등을 그대로 유명한 건축가나 예술가들의 「출전작품」으로 하여 길이 후세에 남길 수 있는 문화적 유산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의 4악(더러움, 악취, 어두움, 위험)을 추방하기 위해 유명건축가가 출품한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10년내에 푸르름을 3배 증가시키겠다는 녹화 3배증계획을 추진하여 구마모토시를 푸른 숲이 우거지는 도시로 바꾸었다. 이와같은 노력의 결과로 쇠퇴해가던 구마모토시가 다시 발전되기 시작했으며 호소카와 지사도 능력을 인정받아 총리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도시인구가 86%에 달하고 있음을 볼 때 도시민들의 삶의 질이 국민의 생활수준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도시가 가장 중요한 표밭이며 도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켜 주느냐가 표를 얻는 데 중요한 관건임에도 아직도 대선주자들은 도시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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