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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교육」 벗어나게 하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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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교육」 벗어나게 하자(사설)

입력
1997.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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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수년간 촌지를 받으면서 내역을 적은 촌지기록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의 발표로 알려진 촌지기록부는 우리 교육을 멍들게 하고 있는 촌지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려준다. 검찰의 교육비리수사는 이제 촌지수사로까지 번져 갈 전망이다.교육을 걱정하고 교사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여교사의 변명을 믿고 싶어하지만 꼼꼼하게 촌지기록부를 작성해 온 그 열의와 정성이 학생지도에도 반영됐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교사들의 비교육적 행동은 동심에 상처를 주고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지역간, 학교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최근의 한 통계조사에서는 촌지를 준 일이 있다는 학부모가 80%, 촌지를 받았다는 교사가 86%로 나타났다. 학기초면 봉투를 끼워 넣을 책을 고르는 학부모들 때문에 학교앞 서점주인이 바쁘고 스승의 날 무렵에는 상품권의 판매와 포장을 분업처리해야 할 만큼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서울의 일부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촌지의 기본단위가 10만원이라고 한다. 10만원은 「내 아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20만원은 「내 아이 예뻐해 주세요」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입시학원 및 사교육비리를 수사하게 된 것도 각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표의 종착지가 학교 학원 등 교육계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19일 서울시내 중·고등학교장들이 자정결의를 한데 이어 20일에는 초등학교장들이 「건전한 학교사회 건설을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촌지수수 등 교육계 부조리를 척결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미 교사윤리장전을 만들기로 한 상황에서 촌지문제가 다시 대두돼 교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볼 낯이 없게 됐다.

그러나 실상 촌지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문제일 뿐이며 대부분의 교사들은 성실하게 2세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학교에서는 남의 나라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이미 촌지추방을 선언하고 철저히 실천하는 학교도 많다. 어떤 학교에서는 촌지를 가져오면 즉각 되돌려 보내거나 「이것은 누구네 집에서 여러분을 위해 쓰라고 가져온 돈으로 산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알리고 학용품을 사서 나누어주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제를 해야 하겠지만 촌지추방은 이처럼 학교와 교사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손을 들어 자정결의를 하고 「우리의 다짐」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큰 액수는 아니라 하더라도 내년부터 교직수당이 월 4만원씩, 담임수당은 월 2만원씩 인상된다. 교사들의 처우는 점차 개선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라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 있으며 교육의 주체는 바로 교사라는 점을 인식해 자세를 가다듬어주기 바란다. 촌지의 유혹과 최면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어야 진정한 교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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