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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는 그런 옷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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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는 그런 옷 없어요

입력
1997.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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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르뎅 아동복… 울시 골프웨어… 레노마 수영복…/‘외제브랜드 숭배’에 편승/국내서 이름만 빌려 생산/본사 기술·정보자문 없어 사실상 완전 국산중상류층에게 인기있는 「크리스찬 디오르 골프웨어」. 프랑스 굴지의 패션기업이 기술제휴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크리스찬 디오르 본사에는 골프웨어 라인이 없다. 휴가철을 앞두고 한창 인기인 「레노마 수영복」도 마찬가지. 프랑스 레노마 본사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 외에 따로 수영복 라인을 두고있지 않다. 이름만 해외 유명브랜드일뿐 국내 기술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셈.

또 「오마 샤리프 남성복」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향수와 목욕제품 및 남녀 액세서리를 주로 생산판매하는 브랜드로 남성복 라인은 전개하고있지 않다. 「울시 골프웨어」 「피에르 가르뎅 아동복」 「인터크루 키드」 등도 비슷하다. 영국브랜드인 울시는 현지에서는 양말이나 스웨터 등을 만드는 회사. 피에르 가르뎅 본사에는 아동복 라인이 없으며 일본상표로 알려진 인터크루는 일본내 상표권이 말소돼 일본에서는 아예 상표가 없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유명브랜드 골프웨어나 아동복의 경우 현지에서는 독립된 상품라인이 없는 것이 반이상』이라며 특히 해외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일본과 한국시장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런 경우 본사로 부터 기술이나 정보의 자문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국내업체가 별도로 자체 기획, 생산판매하는 형식이다. 라이센스브랜드인 R아동복의 한 디자이너는 『비싼 로열티를 물지만 일년에 한두번 유행색이나 패션 전반에 걸친 트렌드 자료를 받는 것 외에 특별한 기술제휴는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패션업계는 현지에는 없는 상품들이 오로지 브랜드 이름만을 빌려 국내서 생산판매되는 이상현상을 해외 유명브랜드라면 사죽을 못쓰는 소비자들의 브랜드병 탓으로 돌린다. 수영복 전문업체인 (주)은나래 디자인실장 한희주씨는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다 보니 전통있는 고유브랜드 10개가 있어도 이름있는 해외 라이센스 하나 갖고있는 것만 못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 회사는 얼마전 고유브랜드인 「은나래」를 접고 올 가을부터는 라이센스브랜드 「발렌시아가 수영복」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해외브랜드 선호가 국내 고유브랜드의 수명을 단축시킨 셈이다.

한편 라이센스생산이 아닌 수입품중 에는 유달리 유명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시장만을 겨냥한 브랜드도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3억원어치의 매상을 올린 「조지오 아르마니 스키복」이 대표적. 신세계백화점 스포츠팀 조태현 부장은 『이탈리아에서 생산, 한국과 일본에서만 판매된 이 상품이 한벌에 140만원을 호가하는데다 전문 스키웨어에 비해 통풍성이나 방습성, 방한성 등 스키복에 꼭 필요한 기능들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고 전했다.

패션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맹목적 외국브랜드 선호에서 벗어나 일반적으로 고가정책을 쓰고있는 이들 브랜드가 이름값에 걸맞는 품질을 갖추고 있는지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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