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물길 1,300리 옛나루터 정취 아른아른/8경·제2의 8경·신8경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물고을 단양. 태백산 검용수가 발원지라는 남한강은 정선의 여랑나루와 영월의 동강, 단양과 충주, 그리고 여주를 거쳐 서울에 이르는데 길이가 무려 1,300리에 달한다. 아직 철길이 놓이기 전, 이 물길이 닿는 충청과 강원 산간지역의 주요생필품은 배로 오르내렸다. 배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에 인천이나 강화도에서 떠난 소금배는 충주를 거쳐 장희나루에 머무르고, 다음은 영춘나루에서 짐을 풀고 영월땅으로 올라갔다. 구성진 단양의 띠뱃노래는 바로 소금배를 두고 한 노래인데, 그 때 나루터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준다.
「올라왔소 소금배가… 금년에도 철썩철썩 소금배가 당도했네… 강물따라 머나먼 길 돛대달고 올라왔소. 영월 영춘 올라가네. 도담삼봉 주모들아 술걸러서 가져오게 수리술렁 내려올 때 다시 한번 놀다가세… 잘있소 주모들아, 명년 3월 올라와서 다시 한번 만나보세… 어디가나 한양 뱃길 비틀비틀 소금배야 서러워서 못가겠네」
단양팔경에 드는 도담나루 일대는 산수 좋고 술과 여자가 있는 나루로 남한강 물길 중 가장 흥청이던 곳이었다. 남녀관계도 그 당시로는 비교적 개방된 곳이었던 모양이다. 단양은 한국 8대 명승지의 하나로 꼽힐 만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단양 팔경」 외에도 「제2의 단양팔경」이 있고, 최근에는 옛 단양읍이 충주호에 잠기고 새 읍이 건설되면서 「신단양팔경」까지 생겨나 팔경이 셋이나 되는 셈이다.
이들은 거의가 물가까이에 있거나 물이 조성한 것들이고 신단양팔경 역시 물과 어우러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물고을 단양의 숙명적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날씨가 무더우면 단양사람들은 저녁상을 유람선터미날 광장으로 들고나가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먹는다. 한마디로 물의 고장, 물고을 단양의 진면모를 실감케한다.
도심의 더위가 짜증스러울 때 책 한권 주머니에 꽂고 아침 일찍 단양행 고속버스에 오르면 햇볕이 따갑기 전에 단양읍에 내린다. 팔경을 다볼 것 없이 동굴하나쯤 둘러보고 읍으로 돌아와 추어탕이라도 한그릇 먹은 뒤, 유람선 터미널광장에서 강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버스에 오르면 옛 시인 묵객이 부러울 것 없고, 하루쯤 무더위를 잊기에는 그만이다.
◎가는 길/영동·중앙고속도 타고 서울서 2시간 30분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연결되면서 서울에서 단양가는 길이 두 시간대로 성큼 가까워졌다.
막힘이 없는 이른 아침에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만종분 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옮겨 서제천 IC에 내리고 제천―단양으로 들어가면 빠르면 2시간, 천천히 달려도 2시간30분대로 닿게 된다. 단양으로 직접 이어지는 인터체인지가 완공되면 정확하게 2시간 정도 걸린다.
동서울고속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도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먹을거리/자라·오골계 넣고 푹 고아낸 용봉탕 별미
물고을 단양에는 물에서 나는 진귀한 먹거리가 옛날부터 풍성하다. 철따라 물고기가 오르는 「가리」라는 것이 있어 지금은 쏘가리가 올라오는 「쏘가리 가리」때이지만 산란기여서 남획을 금하고 있다.
한편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귀물이던 「자라」가 산란기를 앞두고 일년 중 가장 맛있는 절기를 맞고 있다. 충주호에서 도담을 거쳐 영춘나루로 이어지는 물줄기에는 예로부터 자라가 워낙 많이 잡히던 곳이어서 지금도 자라잡이가 맥을 이어온다. 기름지지만 비리지 않고 고소하고 알이 가득 밴 살진 자라와 오골계를 함께 넣고 약방문대로 푹 고아낸 용봉탕은 어른 4∼5인의 안주와 식사로 충분하다.
강정효과와 당뇨에도 그만이라는데 값이 한 그릇에 자그만치 15만원. 값과 내용이 과연 보약임을 실감케한다. 장수추어탕(0444―423―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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