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가슴을 푸근하게 적셔줄 어머니가 사는 고향이야기이 책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 살고 있는 섬진강변의 작은 마을이야기다. 이 책의 이야기는 지은 것이 아니고 기록이다. 진메마을 사람들은 물론이요 진메마을에 있는 길이며, 나무들, 풀, 돌멩이, 새나 짐승들, 물고기며 바람이나 비, 눈, 논과 밭과 곡식들과 꽃이며, 하여튼 진메마을에 있고 있었던 모든 것들의 이야기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이야기를 끝도 가도 없이 물고나와 나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그야말로 슬펐고 괴로웠고 행복했었다.
나는 진메마을에 태어나 살면서 어느 때 어느 것을 보며 감동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날마다 보는 자연은 내게 늘 새로웠고 경이로웠으며 외경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던 사람들의 일상은 아름다웠다. 나는 진메마을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아낀다. 푸르러지는 산, 꽃 피는 강변, 달빛에 죽고 사는 강물, 눈 내린 아침의 그 깨끗한 적막과 고요,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일하고 놀고 쉬는 자연스러운 몸짓들, 여기 이 마을에 있는 풀잎 하나 돌멩이 하나 바람 끝 한자락도 내 몸과 눈에 내 맘에 스치지 않은 것들이 없다. 나는 그 아름답고 고운 것들 속에서 그것들과 함께 내 것을 키우고 가꾸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전부였다. 막연하나마 나는 철이 들면서 시로 쓸 수 없는 마을 이야기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 책은 우리들의 가슴 어딘가에 아직도 남아 건드리면 금방 살아나 우리들의 가슴을 푸근하게 적셔줄 어머니가 사는 고향 이야기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들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고향의 웃음과 기쁨과 눈물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들의 떠나온 고향 이야기를.<시인·덕치초등학교 교사>시인·덕치초등학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