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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21세기 금융대계」/금융개혁­의의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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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21세기 금융대계」/금융개혁­의의와 전망

입력
1997.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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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은 좋지만 입안은 “부실”/시간 쫓긴 밀실결정도 문제정부가 16일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최종안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판 금융빅뱅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등 관련 기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안의 국회통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금융개혁안이 현실화하기까지에는 아직도 난제가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정부의 최종안은 방향은 좋지만 허점이 많은 불안정한 개혁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설계는 준수하지만 시공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우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체계를 일원화한다는 큰 줄거리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개방화와 자율화가 진전되면서 증대되고 있는 금융불안정성과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칸막이를 없애는 겸업화추세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이 실물경제에 비해 현격하게 낙후돼 선진경제로 진입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 역시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현행 감독체계가 한보사태에서 보았듯이 권한만 있을 뿐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기형아」이어서 더욱 그렇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금융질서 근간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논의해 왔으며 관계 부처나 기관간의 권한다툼 차원이 아닌 세계화, 정보화의 새로운 질서에 걸맞는 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틀」치고는 지나치게 허점이 많다. 정부는 『임시국회에 꼭 제출한다』는 원칙에 얽매여 개혁안 마련을 속전속결 위주로 진행, 공감대 확산노력은 물론 이해당사자에 대한 최소한 설득조차 없었다. 시간적 제약과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이 때문에 관련기관의 반발과 불신이 커져 결국 최종안의 설득력이 약화하고 말았다.

금융개혁방안의 토대가 된 금개위의 결정과정만 해도 그렇다. 당초 올해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중앙은행 개편 등 중장기과제에 대한 건의안을 6월 임시국회전까지 만들기로 급선회하는 바람에 금개위의 의사결정과정에 무리가 생겼다. 최종정부안 역시 「밀실결정」이었다. 강부총리와 이경식 한은총재는 김인호 경제수석, 박성용 금개위위원장과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자신들이 소속한 기관의 의견을 적극 배제한 채 고작 두번의 밀실 회동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 공청회를 개최해 전문가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사실상 4인이 「백년대계」를 결정한 것이다.

개편안의 내용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재경원이 공룡부처로 일컬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정책총괄, 법령 제개정, 금융기관 설립 인허가 등 금융정책실의 주요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또 하나의 강력한 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신설될 금융감독원은 초기에 3개 감독원이 인원 감축없이 통합됨에 따라 1천5백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비대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 총재에게 「한은총재를 겸하는 금통위 의장에게 물가관리 목표를 제시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해임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과연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당에서는 보다 충분한 심의가 필요하다면서 차기정권으로 넘길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여당에서도 7월부터 대선정국에 돌입한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껄끄러워하고 있다. 결국 획기적인 금융발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결실도 없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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