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시대 청소년은 복합정체성”/기존 잣대로 “자아분열 병리현상” 판단은 잘못컴퓨터 통신이나 머드게임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은 자아 자체가 복합적이 되어갈 뿐 자아가 분열되는 병리현상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심리학회와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가 14일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공동개최한 「가상공동체의식과 정보화사회에의 적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황상민(세종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이라는 발제강연을 통해 『사이버공간에 익숙해질 수록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하는 복합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사이버공간이 일상화된 정보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산업사회의 잣대로 잴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산업사회 청소년의 정체성이 단일하고 지속적인 것이었다면 정보시대의 청소년들은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타인을 대하는 자아를 학교나 가정에서 드러내는 자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속에 자신을 비춰보며 자아를 형성한다는 미국 심리학자 조지 미드의 「거울이론」에서의 거울이 전자문명시대에서는 컴퓨터 스크린으로 대체됐다』는 것이 황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복합정체성을 「정체성의 분열」이라는 기존의 심리학적 해석과는 달리 자기표현의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직접 체험의 한계에서 벗어나 가상체험을 통해 사고능력과 수단을 확대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정체성과 함께 새로운 자아로 등장하는 것이 가상공동체의식. 통신에서의 동호회나 인터넷상의 뉴스그룹, 홈페이지 등은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는 자리이다. 청소년들은 동호회모임 등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며 역으로 집단자아를 내면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가상공동체의식은 대개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가지는 발언보다 훨씬 큰 영향을 가지게 된다고 황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대중문화 현상과 관련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예로 황교수는 PC통신방에서 시작된 인기그룹 룰라의 신곡 표절시비가 결국 그룹해체로 이어지게 된 경우를 들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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