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안식 가로막는 ‘삶의 무게’/30대 종교인구 445만명 연령층중 최다불구 활동참여 매우 저조/바쁘고 피곤한 나이 논리·실용적 종교관 탓 주변인으로 머물러오늘의 30대는 영혼의 위안을 찾을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마음 한 구석에서 영혼의 안식을 원하지만 현실은 성스러운 종교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삶의 깊은 의미를 관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교회나 사찰 성당 등 어디를 가더라도 요즘에는 30대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 30대들에게 무신론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30대의 종교인구는 445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종교인구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층별 종교인구는 30대가 가장 많다. 문제는 종교활동 참여도가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가톨릭 인권위원회 오창익(32) 사무국장은 『30대는 혼인미사때나 성당을 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교활동이 미미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사정은 기독교나 불교도 마찬가지. 30대의 종교활동 빈도는 전체 종교활동인구의 3%에도 못미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30대의 이같은 「성지이탈현상」은 이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생활과 가정의 틈바구니속에서 30대는 종교활동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종교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사회나 가정에서 30대는 가장 바쁘고도 피곤한 위치에 놓여있다. 여기에다 이들은 70∼80년대의 억압적 사회구조속에서 20대를 거쳤다. 합리적이면서도 비판적이지만 한편으론 냉소적이고 비참여적인 성향을 자연스레 갖게됐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에 익숙한 이들에게 교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종교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종교학자들은 요즘 30대들이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 교수는 『30대는 사회생활에 심하게 경도돼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고 사회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종교에 귀속하기에는 부담과 무리가 크다』며 『이 때문에 30대는 모태신앙을 갖기 시작한 본격적인 세대지만 가장 비종교적인 집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성 종교들이 30대들을 끌어들일 만한 공간이 적다는 것도 30대의 종교활동참여율이 낮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30대는 10대나 20대처럼 가르침을 받을 세대도 아니고 40대이후처럼 교회를 이끄는 연령층도 아니다. 주일학교나 사목회처럼 이들이 종교속에 뿌리내릴 단체 또한 마땅치않다. 결국 뜻있는 30대들도 종교와 가까워지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머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종교가 시대변화에 따른 젊은층의 고민에 대한 해답과 대안을 속시원히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30대들의 종교이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톨릭 인권위원회 오사무국장은 『70년대말과 80년대의 억압된 사회구조하에서 종교의 사회참여는 비판적 성향의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됐으나 교회의 보수화와 사회변화에 따른 젊은 층의 고민을 수용해줄 만한 노력의 부족으로 이들의 이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30대중에서도 여성의 종교활동 빈도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과거 종교활동은 여성이 가정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삶이 풍요해지고 사회가 급속히 분화하면서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 확대돼 종교활동의 매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92년 전체 인구의 54%에 이르렀던 우리나라의 종교인구는 95년 51%로 떨어지는 등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종교계 내부에서는 종교활동인구의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30대는 앞으로도 종교에 냉소적일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단연 『그렇지 않다』이다. 이들도 결국 나이가 들면서 종교로 귀속할 수 밖에 없다고 종교학자들은 보고 있다. 20대까지 종교가 맹목적인 신앙의 대상이었다가 30대가 되면서 다소 멀리하게 되지만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40대가 되면 다시 종교의 깊은 의미를 되찾게 된다는 것이 종교학자들의 분석이다.
조계종인 삼천사 지도법사 동출(37) 스님은 『지금의 40대가 30대였던 70∼80년대는 생활의 힘겨움이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들이 지금에 와서는 종교를 찾고 있다. 지금의 30대가 40대가 돼서도 계속해서 종교에 대해 냉소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기독교 모태신앙을 가진 회사원 윤모(33)씨는 『사회에 진출한 이후 생활에 쫓기다보니 신앙생활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갈증을 항상 느낀다』며 『아직 마음의 여유를 가질만하지 못한게 문제』라고 말했다. 종교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이라도 하듯 종교계에서는 최근 30대를 끌어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는 청년들의 고민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응답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기위해 20대, 30대 청년신자들을 대상으로 신앙의식과 생활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준비중이다. 기독교에서는 연동교회 온누리교회 등을 중심으로 가정과 직장 자녀문제 등 30대의 고민을 포용하는 아버지학교 며느리학교 신혼부부학교 등을 개설, 운영하는 등 30대를 포용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30대가 부여하는 종교의 의미는 다른 세대와 분명히 다르다. 그들은 종교에 맹목적이지도 않고 기복의 대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종교를 객관적으로 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현대불교신문의 위영란 부장은 『최근 사찰을 찾는 30대 가운데는 일요법회에 가족과 함께 오는 등 가족단위의 신앙생활을 하거나 불경에 대한 학구적인 의욕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른 세대에 비해 종교적 가치관 또한 매우 실용주의적』이라고 말했다.<정진황 기자>정진황>
◎젊은데로 임하소서/다양한 프로그램·파격적인 예배형식 도입/온누리교회 신자의 75%가 20·30대
30대의 종교활동 참여도가 낮은 가운데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담임목사 하용조)는 특이하게도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만2,000여명의 신자중 20∼30대가 75%를 넘고 30대는 이중 37%인 4,550명에 이른다. 온누리교회에 20, 30대가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기독교내에서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선교방식을 알기위해 타종교의 성직자가 연수를 오기도 한다.
이 교회는 젊은층의 감각에 맞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예배당은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무대처럼 꾸며져 있고 전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있다. 교회내에는 커피숍에 소극장, 서점이 있고 어린 자녀들을 데려오는 부모들을 위해 어린이놀이방도 마련돼 있어 마치 문화공간처럼 느껴진다.
주일예배의 경우에도 찬송과 설교가 이어지는 딱딱한 형식과 거리가 멀다. 경건함과 엄숙함이 어우러진 기존교단의 예배형식으로 볼 때 온누리교회는 가히 파격에 가깝다. 때로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특정주제를 영상물로 보여주기도 하고 연극이나 음악을 공연하기도 한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하오 6시에 열리는 「열린 예배」는 종교적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매달 특정 주제에 대한 뮤지컬이나 연극, 판토마임이 공연되고 국악이나 오케스트라연주 등이 진행된다. 예배라기 보다는 문화공연에 가까울 정도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종교집회지만 처음가는 사람도 전혀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배울 수 있는 아버지학교나 결혼 1∼5년차를 위한 신혼부부학교, 이혼자나 독신자를 위한 「싱글모임」과 현실문제에 대한 각종 세미나 포럼 등 30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다. 이교회 이종환(37) 목사는 『70∼80년대 부흥기를 맞았던 기독교가 서구처럼 노령화현상을 보이면서 보수와 진보교단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종교가 젊은이들을 수용하는 방법들이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30대의 종교 분포/불교신도 208만명 최다/기독교·천주교 뒤따라
96년 한국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4,455만여명중 종교인구는 전체의 51.1%인 2,277만여명. 이중 30대의 종교인구는 445만922명으로 전체 종교인구의 19.5%를 차지, 연령층별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20대가 380만7,422명으로 16.7%를 차지했으며 10대(16.6%·378만3,595명) 40대(15%·341만8,027명) 50대(10.6%·242만449명) 10대미만(10.5%·240만9,389명) 60대(6.7%·154만1,691명) 70대이상(4.4%·94만5,310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30대가 믿는 종교로는 불교가 전체의 46.8% 208만6,062명으로 가장 많고 기독교(37.6%·167만7,771명) 천주교(13.3%·59만2,257명) 유교(0.5%·2만1,526명) 원불교(0.3%·1만3,754명) 기타(1.5%) 등의 순이었다. 한편 현대종교사가 95년 한해동안 이단·사이비종교에 대한 상담분석결과, 상담자 5,600여명중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나 이 시기에 종교적 혼란과 갈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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