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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포항공대 총장(각계인사에 듣는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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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포항공대 총장(각계인사에 듣는다:6)

입력
1997.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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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난국 근본해법은 교육혁신”/“초등생은 세계서 가장 우수한데 대학생은 뒤져/입시위주제도 사회타락·국가경쟁력 약화 초래”장수영 포항공대 총장은 『현재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국은 파행교육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행 입시위주의 절름발이 학교교육이 장기적으로 도덕적 타락과 학생들의 창의력을 약화시켜 결국 사회적 혼돈과 국가경쟁력 추락이라는 난국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장총장은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 등 그동안 수차례 도래했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우리 국민의 역량에 비춰볼때 현 난국은 그다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우선 차분하게 난국타개를 위한 국민의 단합과 슬기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편집자 주>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한보사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 그칠 줄 모르는 정쟁 등으로 우리나라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는 위기감을 주고 있습니다. 현상태를 총장께서는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위기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가령 70년대 석유파동, 박정희 전 대통령시해사건 직전·직후의 경제위기, 80년대 제2차 오일쇼크 등 현재의 총체적 난국 못지않는 당시의 어려움을 거뜬히 극복한 우리 국민의 역량을 생각해보십시오. 다만 현재의 국난위기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헤쳐나갈까에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마치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하는듯 호들갑만 떨며 자신들의 입지강화에만 급급하는 국내 정치상황 등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경제위기를 비롯한 총체적인 난국의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의 경제위기는 지난 4년간 정부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또 현재의 상황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중남미 여러나라에 경제적 도움을 약속하는 등 정부의 실정에서 큰 요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우리 교육에서 찾아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즉 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은 어떻습니까. 경쟁국이나 선진국에 크게 뒤집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산업현장에 나가 직접적으로 상대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학졸업생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업체에서 상당기간 재교육을 한 뒤에 비로소 현장에 투입됩니다. 결국 현행 교육구조는 산업경쟁력약화를 초래했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약화를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 경제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도 현 교육제도에 대한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현 대학입시제도는 학생들을 교육하는게 아니라 입시기술자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 문항에 3분이상을 생각해야만 한다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라. 생각하는데 너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일선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문하는 4지선다형에 대한 고득점 전략입니다. 이러한 교육방식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창의력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또 이같은 입시위주교육에 따른 인성교육 부재는 청소년폭력 약물남용 등 현재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은 어떻습니까. 입학만 하면 공부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공대생들까지 사법고시 준비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대학원의 국제경쟁력은 더욱 열악, 우리나라에서 발표하는 과학기술논문은 미국의 1개 대학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비례 대학생수는 3.41%로, 미국 3.35%, 일본 1.98% 독일 2.29% 등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그러나 질에서는 최하수준인 셈이죠.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이같은 우리의 비현실적인 교육이 과학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결코 길러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입시제도의 과감한 개혁과 대학의 완전자율권 부여,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투자 등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의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입시제도를 혁파하고 대학에 모든 자율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가령 현행 입시제도하에서는 한 분야에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명문대학에 진학하기가 어렵습니다. 얼마나 불합리한 제도입니까. 제가 미국에 유학갔던 첫해인 66년 6월 메릴랜드대학에 당시 16세인 찰스 페퍼먼(Charles Fefferman)군이 수학과목이 뛰어나다는 이유 하나로 고2년때 대학에 입학했고 프린스턴대학 박사과정을 거쳐 25세에 시카고대 정교수가 됐습니다. 그는 결국 수학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4년에 한번씩 주어지는 영예의 필드스 메달(Fields` Medal)도 수상했습니다. 65년 노벨상을 수상한 줄리안 슈바거 교수도 물리학분야의 뛰어난 자질로 고2년때 대학에 특례입학한 뒤 19세에 교수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때문에 정부는 학생선발권 등 대학의 모든 운영권을 대학에 일임해야 합니다. 각 대학들이 대학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입학제도를 도입한다면 지금과 같이 4지선다형의 입시기술자 양성이라는 왜곡된 고교교육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17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사교육비부담이라는 부작용도 없어지게 되죠.

교육에 대한 대폭적인 정부의 투자도 뒤따라야 합니다. 우리나라 36개 국립대 총예산이 도쿄(동경)대학의 한해 예산과 거의 같습니다. 또 대학생 1인당 교육비용은 스위스 2만2,813달러, 독일 1만7,774달러, 일본 1만2,044달러, 미국 7,885달러, 프랑스 6,660달러 등인데 반해 우리는 고작 1,088달러에 불과합니다.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공대생들의 경우 격차는 더욱 심합니다. 이같은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경쟁력있는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으나 잘못된 교육이 타고난 능력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셈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우리의 기술력도 외국에서 배워온 우리 기술자들에 의해 이룩된 사실에서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대학에 완전자율권을 부여하지 못하는 것은 부정입학 등과 같은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기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내리면 됩니다. 더구나 앞으로 부정입학 등이 이뤄질 경우 해당대학들은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될 것입니다. 즉 불과 6년뒤인 2003년만 되면 대학입학정원(전문대 포함)이 지원자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 경우 학생들이 이미지가 나쁜 대학에 진학하려 하겠습니까』

―교육제도개혁 등은 장기적인 해법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단기처방은 없겠습니까.

『맞습니다. 교육개혁은 1∼2년만에 되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10년이 있어야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의 향상 자체가 단기처방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의 위기를 보다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호들갑 떨게 아니라 차분하게 국민역량의 결집과 무엇보다도 고통분담정신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정치인은 말로만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살을 깎는 심정으로 솔선수범해야 하고 기업인도 방만한 기업운영과 정치 줄대기 등 비합리적인 경영요소를 과감히 척결해야 합니다. 근로자들도 노사분규 등을 자제하고 우선 경제회생에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결국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지난해 이어 올해 또다시 한총련의 과격폭력사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의 학생운동은 그동안 역사의 발전을 한단계 높여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19년 3·1운동을 비롯, 광주학생운동 신의주학생운동 4·19한일협정반대 3선개헌반대 유신반대 6·29항쟁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학생운동은 당시 모두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지금은 지탄을 받고있다는 점에서 현 학생운동도 역시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 학생운동의 문제도 비정상적인 고교교육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4지선다형의 입시교육에 길들여져 다원화한 가치관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라 대학진학후 학생운동의 잘못된 이념에 쉽게 물들어버리죠. 교육제도개편에 따른 학교교육정상화만 이뤄진다면 학생운동도 쉽게 해결된다고 봅니다』

―총체적인 난국에도 불구하고 정권말 권력누수현상으로 정부가 제자리를 잡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 정부의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자가 이르기를 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을 것(식)과 나라를 지킬 병사(병), 그리고 신의(신)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3가지중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신의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더이상 믿고 따르려 하지 않는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민주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안기부법, 노동법 날치기통과, 조변석개하는 정치인들의 말바꾸기 등 일련의 사태가 몰고온 결과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믿고 따르도록 하는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합니다』

―다가오는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리민족은 어느 민족보다 능력이 탁월합니다. 또 10년이내 반드시 통일한국이 구현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7,000만 통일한국의 풍부한 인재와 북한지역의 천혜자원, 그리고 위기때마다 발휘하는 민족역량이 있는한 21세기는 분명 통일한국의 웅비가 도래할 것입니다』

―포항공대가 우리나라 대학의 질적향상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에도 막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포항공대가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십시오.

『1,400억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방사광 가속기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제반 첨단과학의 총아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밖에 포항제철의 협조로 추진되고 있는 100만평규모의 테크노파크 조성과 21세기에 대비한 캠퍼스마스터플랜에 따라 건립될 학술정보센터, 전자·화학·생명과학동 등이 완료되면 명실공히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 국가경제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인터뷰=유명상 전국부 기자>

□약력

▲1940년 평북 의주 출생

▲6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

▲71년 미국 메릴랜드 공학박사 취득

▲71∼72년 메릴랜드대 교수

▲72∼77년 뉴욕 주립대 교수

▲77∼80년 IIT(일리노이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80∼86년 The MITRE Coporation 책임연구원

▲85∼86년 재미한국과학기술자협회 부회장

▲86년 포항공대 설립요원으로 활동

▲87∼94년 포항공대 초대 교무처장, 기획실장

▲94년 포항공대 부총장

▲94년 8월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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