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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뚜’가 다시 고개든다/전국 3,000여명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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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뚜’가 다시 고개든다/전국 3,000여명 추산

입력
1997.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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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까지 활동 확산/고시·의사 등 ‘전공 세분화’/상담소도 신고제후 급증/입회 20만원·성혼 100만원선/컴퓨터·이벤트맞선 등 다양결혼 형태의 절반 가량인 중매결혼. 한해 15만명 가량의 새 커플이 선을 봐 탄생한다. 이들은 친지 소개 외에 결혼상담소나 결혼 정보회사인 중매기업, 「마담 뚜」를 통해 배우자를 만난다. 친지 소개가 절대 다수인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당국의 단속이 뜸해지자 마담뚜들의 활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0년대초 신군부 집권 뒤 마담뚜에 대한 집중 단속이 벌어져 수십명의 마담 뚜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 활동양태가 더욱 은밀해져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 단속되면 무신고영업에 따라 가정의례법률 위반혐의가 적용돼 징역 1년 이하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90년대들어 단속실적은 모두 10건 이하로 극히 미미한 수준.

결혼상담소협회측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마담 뚜는 대략 3,000명선. 서울서만 2,000여명이 움직이고 있고 지방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대개 결혼상담소 직원 출신이거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보험외판원, 각종 영업사원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경쟁자들이 많아지자 이들도 「전공」을 살리는 방법으로 세분화하거나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상을 구한다. 상류층 전문 마담뚜인 「불광동 A여사」 「궁정동 U여사」, 고시합격자 전문인 「서대문 Y여사」, 의사 전문인 「대구 B여사」, 사업가 전문인 「강남 K여사」 등. 이들은 서로를 여사로 호칭하며 의뢰자의 요구에 따라 연락을 취한 뒤 마땅한 상대를 교환한다.

마담 뚜의 증가에 따라 폐해도 심각하다. 계층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거액의 사례비를 노린 중매사기, 교통비를 뜯기 위해 거짓 상대를 내세우는 일등이 속출하고 있다.

결혼상담소는 전통적인 중매알선업체. 96년말 현재 서울서만 190곳이 영업중이며 전국적으로 769곳이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결혼상담소 영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뒤부터 정상적 중매알선을 하는 업소는 전체의 50%에도 못미친다. 매춘을 알선하거나 상류층 중매만 전담하는 변태·변칙 업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수료와 미팅 횟수는 업소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입회비 20만원에 업소가 제시하는 3, 4명의 후보감중 골라 만날 수 있다. 성혼이 될 경우 사례비는 100만원선이 보통. 성혼이 될 때까지 상대를 고를 수 있지만 만나는 횟수가 10회 이상 늘어나면 대개 업소 측에서 손을 놓는다.

규모가 큰 업소는 입회원이 남녀 합해 3,000∼4,000명에 이르고 여자가 6대 4 비율로 많다. 작은 곳에는 200∼300명 수준에 남자회원이 더 많지만 소규모 상담소나 신생 업소에는 상대적으로 회원 숫자도 적은데다 자격 미달자들이 많아 회원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이밖에도 고전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집단 미팅, 컴퓨터 화상미팅 등 보다 자유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중매기업, 컴퓨터 중매, 이벤트 중매 등 각종 중매산업이 전통적인 중매시장의 틈을 비집고 늘어나고 있다.<염영남 기자>

◎능력있는 남자·예쁜여자가 제1조건

신세대 총각 처녀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배우자감은?

중매시장에서 남자는 「사」자가 붙으면 1등 신랑감이고, 여자는 집안의 경제력을 우선적인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하루하루의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성향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성향이 배우자 선택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또 「비디오 세대」답게 날이 갈수록 외모를 한결 중요한 기준으로 꼽고 있다.

중매전문회사인 「에코러스」가 최근 조사한 「배우자 선택 우선 순위」자료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여자의 외모가 최우선 조건이다. 외모가 빠지면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집안환경, 직업, 학력 순이었다. 반면 여자는 남자의 직업과 능력을 가장 중시했으며 본인이나 집안의 경제력, 학력, 외모 순으로 응답했다.

직업별 등급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무슨 직업이건 무조건 「돈 많은 집안」이 제1의 기준이 됐다. 그 뒤를 판·검사 등 고시합격자, 성형외과 정신과 치과 등 의사 순이었고, 교수자리가 보장된 전임강사가 개인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상위에 올랐다. 신부감의 직업은 그리 중요한 변수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교사 약사 의사 순이었다.

「사」자에도 등급이 있다. 판·검사라도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사」자라 해도 시세가 없고 같은 의사라도 내·외과의는 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이밖에도 방송사, 광고회사, 각종 자격을 갖춘 기술자 등 전문직과 대기업 유망부서 사원들도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근무지를 자주 옮기는 군인 경찰 등 공무원과 항상 정해진 틀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은행 증권 보험사 직원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격무에 시달리는 언론사 기자와 여행사 직원은 아예 중매 대상에 들지도 못했다.<염영남 기자>

◎연애보다 혼수 부담/예단 등 체면치레 많아 지참금 포함하면 1억∼2억원은 예사

중매결혼은 연애결혼보다 양쪽 집안의 혼수 부담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중매결혼일수록 혼수가 상대방에 대한 「체면치레」로 변질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마담 뚜」가 개입하는 결혼에는 엄청난 규모의 혼수와 거액의 지참금이 오가는 예가 많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94년 이후 자녀를 결혼시킨 전국 4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매 결혼의 평균 혼수비용은 2,193만원으로 연애 결혼(1,725만원)보다 470만원 가량 많았다. 예물과 살림살이 마련 비용이 연애결혼은 평균 456만원, 877만원이었으나 중매결혼은 각각 평균 517만원, 1,036만원이었다.

특히 연애결혼의 경우 예단 비용이 평균 392만원에 불과했지만 중매 결혼은 평균 640만원이나 됐다. 이는 예단의 규모가 가문의 위세와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가문이나 재산만을 조건으로 맺어지는 중매결혼의 혼수는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한다. 시민단체인 결혼문화원이 결혼상담소 등을 통해 수집한 「시어머니 리스트」에 나타난 최고액 혼수비용은 지참금 2,000만원을 포함, 1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리스트에 나타난 혼수물품도 대부분 밍크코트 보석 수입가전제품 등 사치성 소비재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거액을 들여도 성혼조차 어려운 특수계층도 있다. 마담 뚜를 통해 지난해 결혼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씨(27·여)는 『웬만한 상류층 집안끼리의 중매결혼 때는 신부측이 1억원대의 혼수를 해가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신부측의 혼수가 지참금을 포함해 2억원은 넘어야 체면치레를 할 수 있고 신랑 직업이나 가문에 따라서는 이 수준을 훌쩍 뛰어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담 뚜가 혼수 규모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매 결혼 경험이 없거나 상대 집안의 속사정을 잘 모를 때 마담 뚜가 나서 양측의 혼수 「가이드 라인」을 잡아주는 것이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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