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창립 30돌 ‘동남아통합’ 선언 세계 4대 경제권 ‘용틀임’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67년 8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태국 방콕에서 결성한 아세안은 이후 베트남과 브루나이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7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외무장관특별회담을 열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3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 들여 「하나의 동남아시아(One South Asia)」 실현을 천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이 지역이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추가 될 것임을 자임하고 동남아통합의 원년을 선언한 것이다.
「아세안 10시대」개막은 무엇보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잠재성이 큰 동남아경제권의 확대를 의미한다. 동남아공동체가 구성되면 인구 4억2,000만명의 아세안은 5억인구의 거대시장으로 발돋움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함께 세계 4대 경제주체로 부상한다. 아세안은 2003년까지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의 창설을 추진중이며 역내 공산품의 관세를 0∼5%로 인하,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아세안은 인도차이나와 말레이반도를 종단하는 철도건설과 메콩강유역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결속을 위해 회원국간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를 좁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세안은 정치·안보문제에 있어서도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67년 체결된 동남아우호협력조약(발리조약)에 라오스 등을 가입시켰고, 평화 자유중립지대로 만든다는 구상아래 동남아 비핵지대화조약(SEANWEZ)을 체결했다. 아세안은 또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EU를 「전면대화상대국」으로 끌어들여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웅산 수지 여사 등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국제사회에 인권탄압국으로 낙인된 미얀마가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아세안은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책임을 떠맡게 됐다. 이 때문에 아세안은 미얀마사태에 대한 「건설적인 개입」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아세안 10시대」를 연 아세안이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 강력한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아시아의 EU」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권대익 기자>권대익>
◎신규가입 3개국은/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물적자원 풍부 잠재력 무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새 회원국이 되는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는 손꼽히는 후진국이며 정정도 몹시 불안하다. 때문에 이들의 가입이 아세안의 도약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해 발전잠재력이 큰데다, 지역평화에 이들의 정치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외면할 수 없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극심한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 직면한 미얀마는 이를 벗어나는 「탈출구」로 아세안 조기가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천연자원은 물론 영어를 할 수 있는 인적자원도 풍부해 외국기업이 눈독을 들일 만한 유망시장이다.
미국이 추진한 경제제재가 큰 효과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자본 투자는 92년이래 꾸준히 상승, 지난해 월평균 2억3,000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가입을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한 국가경제를 일으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국경분쟁 등으로 반목해 온 베트남이 95년 먼저 아세안에 가입,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불안감도 가입을 서두르는데 한몫했다.
캄보디아는 그러나 98년 총선을 앞두고 정파간의 정쟁이 극에 달하고 테러사건까지 잇따라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 500만의 내륙소국 라오스는 70년이래 라오스혁명당 일당독재가 지속돼 왔다. 개혁·개방노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UN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고, 문맹률도 40%를 넘는다.
라오스는 아세안 가입을 계기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물론 「동남아 최후의 미개척지」로 불리는 메콩강 개발을 통한 국가경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한·아세안 관계/교역규모 미·일·EU 이어 4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최근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한국과의 교역 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96년 현재 32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549억8,000만달러) 일본(472억2,000만달러) 유럽연합(365억2,000만달러)에 이어 제4위의 교역규모이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에서 각각 100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96년 81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안겨준 아세안 지역의 시장가치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같은해 건설수주 규모는 39억9,100만달러로 제1의 건설수출시장으로 떠올랐으며 향후 메콩강유역개발사업 등 지역 인프라구축계획의 추진에 따라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식 외교관계는 89년 한·아세안 부문별 대화관계 수립으로 본격화했다. 이어 91년 완전 대화관계로 발전했으며, 우리나라 외무장관이 매년 아세안확대외무장관회담(ASEAN PMC)에 참석하고 있다.
아세안은 12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창설 30주년 정상회담에 중국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를 초청, 관계증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말련 마하티르 총리/단일노선 주창 아세안 조타수
마하티르 모하메드(71) 말레이시아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대변인이자 조타수로 불린다. 아세안의 힘을 내부의 경제적 역동성과 단일 대외노선에서 찾는다면 그는 이것을 선도한 인물이다.
81년 총리취임 후 「공업입국」의 목표아래 수출산업을 육성, 10여년만에 가난한 농업국을 1인당 국민총생산(GNP) 4,000달러의 전자·중공업 중심국으로 바꿔 놓았다.
아시아 선발 개도국의 모델을 따르자는 이른바 「아시아 중시 정책」의 결실이었다. 그는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선진국 대열에 끌어 올리려는 「비전 2020」의 원대한 계획을 91년부터 추진중이다.
세계의 변화를 읽어내는 그의 탁월한 비전은 안보동맹체였던 아세안을 경제공동체로 변화시킨 데서 두드러진다. 경제블록화 추세속에서 아세안의 집단이익을 지키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결속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가 미국 주도의 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APEC)에 대항, 동아시아경제회의(EAEC)창설을 주창하거나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아시아(94년)」라는 책을 펴낸 것도 이같은 의지의 표현이다. 10개국 시대를 여는 아세안의 미래도 그에게 정신적 빚을 질 수 밖에 없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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