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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석 목사(각계인사에 듣는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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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석 목사(각계인사에 듣는다:5)

입력
1997.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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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더 강한 민족역량 보이자”/“정경유착·지역갈등·부정부패 등 총체적 난국/평화·사랑의 정신운동으로 발전계기 삼아야”개신교계 원로로서 과거 군사독재시대 민주화운동과 인권투쟁에 앞장섰던 김관석 목사는 새로운 한국의 미래는 「평화와 사랑의 정신」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목사는 역사적 전환기마다 나타났던 우리 국민의 대담한 순발력이 바로 한국의 밝은 미래를 낙관케 한다고 말했다. 사회구원 우선의 목회에 중점을 두어온 목회자답게 그러한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 정치·경제·사회의 총체적 난국 극복에 필수적인 국민적 정신운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편집자 주>

―한보사태, 김현철씨 사건 등으로 나라 꼴이 도무지 말이 아닙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민생은 외면한채 권력싸움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난국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 지요.

『현재의 위기상황은 오래동안 지속됐던 군사독재 아래서 누적된 부조리와 부패의 결과가 한꺼번에 노출된 결과입니다. 물론 김영삼정권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 정권이 물려받은 과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탓도 큽니다. 김영삼정권은 정치풍토 개혁을 위해 집권초기 여러가지 고무적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으나 근자에 노동법 안기부법 처리와 통일문제에 와서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개혁의 주도세력도 형성되지 못했고 개혁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니 개혁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나마 임기응변식으로 추진되던 개혁의 노력마저 여권내 수구세력의 반발에 부딪쳐 한보사태 등을 낳았고, 결국 민생문제를 포함한 총체적 국난 해결은 벽에 부딪친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위기가 심각한데요.

『장기적 불황과 기업들의 잇단 부도, 무역수지 적자 등 경제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큰 일입니다.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현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안정입니다. 물가마저 불안해질 경우 모든 경제활동과 사회적 분위기가 위축됩니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어려운데 있지 않습니다. 기업하는 사람은 진정한 투자의 정신을, 가계는 절제의 미덕을 다시 찾으면 됩니다』

―한보비리로 상징되는 정경유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습니까.

『여야 지도부는 여전히 과거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부정부패 문제도 과거의 「관행」을 들먹이면서 호도하려고 합니다. 물론 관행이 법보다 뿌리가 깊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국민도 일상생활에서 「촌지」로 인해 자기가 혜택을 본 사안에 대해서는 예사로 여긴다든지, 심지어 촌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인간미있는 덕목으로까지 생각합니다. 마치 부정과 부패를 사회적 윤활유인양 착각합니다. 골치아픈 문제의 손쉬운 해결방식인 셈입니다. 이런 관행은 우리 국민 사이에 하나의 「정서」로까지 나타나고 있는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정경유착과 부패문제를 뿌리뽑는 것은 우리 사회풍토에 비춰볼 때 상당히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신운동이 필요합니다. 정치인 스스로 이런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각당의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21세기를 열게 되는 다음 대통령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흔히 세대교체라고 하지만 단지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새 대통령은 민족과 국가의 밝은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경륜입니다. 경륜이란 말은 포괄적이지만 정치를 포함, 각 분야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21세기의 경제패권주의 시대를 앞두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에다 문화적 비전까지 아울러 갖추어야 하겠지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요소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정치인은 물론 국민도 말로는 지역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이번 대선과정에도 뿌리 깊이 잠재해 있는 지역·지방색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여나 야나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영남이냐 호남이냐 하는 것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되는게 현실입니다. 이는 우리역사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편협된 가치관입니다. 더구나 그 편견이 국민 대다수가 품고 있는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있습니다. 여당을 예로 들자면 후보경선을 앞두고 당 내부에 여러 단체가 생기는 현상의 배후에는 지역감정이 개재해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지역감정은 정치적 변혁기 때마다 결정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문제 역시 국민적 정신운동이 없다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입니다』(김목사는 90년 당시 대선을 앞두고 평민·민주·신민당의 야권통합을 위한 「통추회의」의 재야측 상임대표로 참여했다 좌절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한총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큽니다.

『한총련 사태의 실체는 당국이 조사하고 있지만 폭력행위는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최루탄과 화염병의 악순환은 이제 정말 단절돼야 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먼저 폭력행위는 자제하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서 진정한 민주화를 요구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국난극복을 위해 종교계, 특히 개신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일 긴급한 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회개하는 심정으로 날카로운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바로 물량주의와 지방색의 극복입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요소인 두 문제는 바로 종교계 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종교계 내부에서 이 문제는 정치현실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역사가 깁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현상이 종교계에도 그대로 스며있다고 느낍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종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순화하고 개인의 심성을 다듬어 줘야 할 종교가 물질주의의 수렁에 빠져 사회구원은 거의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자면 경제발전에 대한 종교계의 거의 무조건적인 정당화가 오늘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부조리의 원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종교계는 밖으로는 위선적 태도를 계속 취하고 있습니다. 종교계가 난국수습의 유일한 길인 국민정신운동에 앞장서지 못하는 연유가 여기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가 먼저 자신의 살을 깎는 심정으로 회개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김목사는 이 대목에서 다음 질문을 선취, 언론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그는 최근까지도 언론현장에서 일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계 다음으로 문제가 큰 곳은 언론계입니다. 언론이 과거 수십년동안 군사독재 아래에서 많은 시련을 겪으며 사회발전과 민주화에 공헌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극심한 경쟁이라는 생존조건에 묶여 있는 요즘의 언론은 사회적 이슈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잘못된 이슈선정으로 국민을 오도하는 잘못을 계속 저지르고 있습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잊고 정치적 동기를 배후에 깔고 경박한 상업주의를 부추기거나, 정치적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수구세력을 옹호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경제회생의 기본은 국민의 건전한 소비생활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생활이 과소비의 거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신문·방송·잡지를 비롯한 각 언론매체가 광고를 빼고도 전체 내용의 절반 이상을 선정적이고 사치스러운 소비를 선동하는 내용으로 채우고 있는데도 큰 원인이 있습니다. 이는 병주고 약주는 격이며 언론의 자가당착입니다. 정치적으로도 집권세력과 밀착, 보수적 성격을 편집방침으로 정해 표출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강화하려 하는 언론의 폐단은 사라져야 합니다』

―전환의 시기를 앞두고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갈 국민적 지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현재까지 우리의 역사적 과정은 암담하고 부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나는 한국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우리 국민은 역사적 도약을 위한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변화에 대담하게 반응하는 잠재적 능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힘입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세계사적 발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지정학적으로도 세계 4대 강국에 포위되어 있지만 그것을 발전의 계기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평화와 사랑의 정치」를 펴나가야 합니다. 남과 북이 반목하고, 민주화·반민주화 세력이 싸우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배타하는 갈등과 투쟁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은 민족과 사회구성원 간의 평화와 사랑으로 대신 보상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주체적인 삶의 근거를 규명하고, 지정학적 조건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통일도 남·북한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목사께서는 광복후 반탁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함흥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월남한 실향민입니다. 북한동포들은 최근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위기는 체제붕괴와 함께 한반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며 그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영삼정권이 출범할 때부터 앞으로 통일문제가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리라 예견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 문제에 관해 김영삼정권은 혼돈스런 정책으로 갈팡질팡해 왔습니다. 김대통령은 취임시 「민족의 통일이라는 문제는 모든 구체적 외교문제보다 선행하는 문제」라는 훌륭한 지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노정된 것은 이같은 천명과는 정반대의 정책이었습니다. 북한이 대미·대서방과의 유대를 맺으려는 의도를 보이는데 대해 정부는 견제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쌀문제도 강력한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 민간차원에서의 북한돕기 운동도 정부의 통제 밑에 두려고 한 것은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한 것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통일문제를 과거 군사독재 시절과 마찬가지로 「공안정치」에 이용하려 하는 인상이 역력합니다. 황장엽 건만 하더라도 베일 속에 감춰두지 말고 국민에게 직접, 아니면 국회에서 공명정대하게 망명의 정확한 동기·진의를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통일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는듯 애매하기만 해 오히려 정치적 이용이라는 오해만 사게 되는 것 아닙니까』<인터뷰=하종오 문화부 기자>

□약력

▲1922년 함남 함흥 출생

▲40년 함흥영생중 졸업

▲44년 일본신학교 중퇴

▲49년 한신대 졸업

▲52년 미국 시라큐스대 신문학과 졸업·연세대 이화여대 강사

▲60년 미국 유니온신학교 졸업

▲62년 기독교서회 편집국장·한신대 교수

▲68∼80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80∼88년 기독교방송(CBS) 사장

▲90∼96년 새누리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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