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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고철환 서울대 해양학과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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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고철환 서울대 해양학과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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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환경가치막대 근시안적 간척사업 인류위협 자연파괴자연에 대한 과학적 탐구의 성과는 모든 사람에 의해 공유되고 향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자연탐구의 성과를 자연개발의 힘으로 등식화해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인식이 선진사회의 주도적 사회인식이 되었다.

자연개발은 자연파괴의 일면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제 이 개발의 파괴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자연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극에 달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우리나라에 축소시켜서 보자. 우리나라가 보전해야 할 「자연」은 과연 무엇인가. 세계에 우리의 자연이라고 내세울 것이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대대적으로 뒤엎어 없애려고 주력하고 있는 서해안의 갯벌이다. 우리 서해안은 지구상에서 얼마남지 않은 아주 희귀한 자연이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해안에 발달한 북해연안 갯벌이 가장 넓다고는 하지만 모두 합쳐 9,000㎢이고, 우리나라는 남한의 2,900㎢, 북한의 3,200㎢을 합치면 무려 6,000㎢가 넘는다. 단일 국가로서 이렇게 엄청난 갯벌을 가졌으나 갯벌정책은 단지 간척에만 주력하는 형편이니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일찍이 독일은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갯벌의 경관을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비교하여 그 경관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을 뿐 아니라 갯벌을 보전해야만 연안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북해연안 3국은 82년 갯벌보호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갯벌을 보호하는 국제협약을 만들었다.

우리의 경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이미 막힌 곳만도 수도권매립지, 동아매립지, 남동공단, 시화공단, 영종도 신공항, 아산만, 천수만, 영산강지구 등 끝없이 많다. 소위 말하는 「간척공학」이 발달한 덕분이다. 90년대 들어와 간척사업은 더욱 대규모화 하였다. 새만금간척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4만㏊의 갯벌을 막는 사업이다. 이 간척사업이 완료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갯벌이 없어진다. 이미 막혀진 갯벌에서 나타나는 피해도 대단하다.

시화방조제 공사로 조성된 시화호는 오염물질을 가두어 놓은 썩은 호수가 되었다. 더구나 호숫물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계속 방류하고 있어 인근 갯벌이 받는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80년대초에 간척이 완료된 천수 A, B지구에서는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씨가 농사를 짓고 있다. 그 넓은 땅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일간지의 인터뷰 기사는 「왜 우리의 공유지였던 갯벌이 개인재산이 되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간척은 농업용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갯벌은 수산업에서 이용되는 유용한 자연자산이다. 수산업을 농업으로 바꾸는 작업에 불과한 간척사업은 재검토 되어야만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간척사업은 식민지시대의 잔존물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쌀과 소금을 가져가기 위해 갯벌에 탐을 내었고 전북 김제일대의 갯벌을 없애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없어진 갯벌은 아깝게도 대부분이 염습지라 불리우는, 오염물질의 정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갯벌이다. 그때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공유수면매립법」은 몇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간척사업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과학권위지 「네이처」지는 강하구 지역의 환경가치를 ㏊당 연 2만달러 이상, 열대림을 2,000달러, 농사짓는 땅을 90달러로 평가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갯벌을 막아서 수산업을 농업으로 전환시키는 논리에 대해 우리의 정책이 과연 어떤 경제적 수치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갯벌의 탁월한 능력을 무엇으로 어떻게 대치할 것인지도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가치를 가진 갯벌을 살리는 길은, 우리 모두가 아직은 「자연개발」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는 맹목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보전의 가치」를 전제하고 자연보전을 이루기 위한 자연개발의 길을 모색하는 다원적인 선진적 사고방식을 수용하는 것 밖에 없다. 요즘 들어 강화도, 대부도, 영산강, 순천만 유역 등 곳곳의 주민들이 펼치는 갯벌살리기 운동은 이런 면에서 보면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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