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상황 이럴땐 어떻게/경제 극단조치 “충격요법 반대 금리인하 서서히”/기자 악의적 기사 “말로해서 안되면 법에 호소”질문 1. 경제수석이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금리를 5%대로 떨어뜨리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건의를 해왔습니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자면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선때 경제에 대해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경제수석 얘기로는 지금 실기하면 경제가 가망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질문 2.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기자가 계속해 악의적인 근거없는 기사를 써대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차례 공식루트를 통해 경고를 했고 언론중재위에 제소까지 했으나 막무가내입니다. 공보수석은 대통령의 결정을 구하고 있습니다. 무슨 지시를 하겠습니까.
김종필 총재는 첫번째 질문에 『경제문제는 될 수 있는대로 충격요법을 쓰지 않는게 도리』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김총재는 『정부라고 금리인하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경제수석이 그런 건의를 한다고 해서 덥석 받기 보다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법보다 경제원리에 초점을 맞춘 답변이었다.
김총재는 구체적인 금리인하방안과 관련, 『현재 13%선인 우리 금리가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2∼3배 수준이므로 시간을 갖고 7∼8%선까지 내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총재는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충격요법을 쓰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고금리장벽을 허무는데는 찬성하지만 방법선택은 신중을 기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선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1차적으로 그런 일을 하지말라고 하고, 그래도 안되면 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연설명이 있을 법한 사안이었지만 김총재는 간략하게 답변했다.
▷전문가 평가◁
화폐개혁과 같은 혁명적인 경제조치는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보안유지가 관건이다. 화폐개혁이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분초를 다툴만큼 화급하게 마련해야 할 조치는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간을 갖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일단 설득력이 있다. 화폐개혁이 불가피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장현규 기자>장현규>
◎“대선자금 자료 없다니…” 반박/“많이 쓴 것 많이 듣고 보았다” 의미심장 화두
김종필 총재는 12일 시민포럼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해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김총재는 『당시 돈을 움직인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자료가 없어 못밝힌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전제한뒤 「자료가 없어 대선자금을 공개할 수 없다」는 여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총재는 먼저 자민련이 대선자금자료를 확보하고 있는게 사실이냐를 묻는 질문에 『우리당이 대선자금자료를 가지고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대선때(민자당이) 많이 썼으며, 많은 것을 들었고 본 것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문서형태의 자료를 자민련이 확보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정직성도 도마에 올렸다. 김총재는 『우리가 대선자금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김대통령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확인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덕성중 으뜸은 정직성과 도덕성』이라고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대선자금과 관련된 대여공세의 수위에 대해서는 평소처럼 신중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당과 국민들 사이에서 김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나는 아직 직선적으로 퇴진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대선자금 관련 문건을 공개할 용의를 묻는 잇단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총재는 『아직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당사자가 국민에게(대선자금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총재는 「자료를 여권에 대한 정치공세의 무기로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저차원의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시민포럼 이모저모/내각제 등 가시돋친 질문 노련미로 돌파/“의원직 사퇴” 토론직후 취소 해프닝도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12일 시민포럼에서 패널리스트들의 날카로운 질문공세에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과 구상을 밝혔다.
김총재는 대선자금문제와 내각제, 3공화국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가시돋친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노련미를 과시하며 예봉을 피해 나갔다. 김총재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올 때면 가끔씩 굳은 표정을 지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단히 잘못 이해 하고 있다』 『발언 시간을 더 달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이번 기회는 안놓치겠다”
○…포럼에서는 내각제 문제와 박정희 전 대통령과 3공화국의 역사성 평가 문제를 놓고 김총재와 패널리스트간에 뜨거운 논쟁이 오갔다. 김총재는 자신의 내각제 주장이 약한 당세를 극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한뒤 내각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총재는 3선개헌 등 박 전대통령의 평가에 대해 『처음엔 분명히 3선개헌을 반대했으나 박 전대통령이 「5·16을 함께 한 동지로서 죽을때도 같이 죽자」고 설득해 지지하게 됐다』며 『박 전대통령은 60년대 식량문제를 해결한데 이어 70년대 들어 공업화를 이루기 위해 개헌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자신이 결정적 고비때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해 기회를 놓쳐 왔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올 대선)에는 놓치지 않도록 해 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92년 YS와 2가지 약속”
○…김총재는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심한 92년 4월의 하얏트호텔 「밀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내용을 상세하게 밝혔다. 김총재는 『당시 크게 2가지를 약속했는데 첫째는 내각제개헌에 앞서 총리를 당에서 뽑고 조각도 총리가 하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박 전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김대통령은 대통령이 된뒤 불과 얼마되지 않아 약속을 모두 어겼다』고 주장했다. 김총재는 또 92년 대선때 김대통령으로부터 지지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엄동설한에 자기를 도와 주는데도 여비조차 안줘 비서실장이 사무총장에게 부탁해 겨우 타낼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후보결정이후의 거취문제」를 언급하다 갑자기 『24일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되면 선거가 있기 석달전에 공직을 사퇴 해야하는 규정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고 부여의 지역구를 내놓을 생각』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당직자들이 황급히 「착각」이라고 부인하는 해프닝을 불러 일으켰다. 토론회가 끝난뒤 안택수 대변인은 『김총재가 현행 선거법을 잘못 이해해 말한 것으로 의원직 사퇴발언을 취소한다』고 정정했다.
○…포럼에서는 나이와 건강문제에 관한 질문도 나왔으나 김총재는 비교적 재치있게 자신이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나이에 대해 『적지 않은 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뒷전에 물러나야 할 나이도 아니다. 선진국들의 많은 지도자들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작년 8월에 오른쪽 어깨가 아파 열흘가량 쉰적이 있으나 나이 50세에 오는 견비통이 70세에 온 것이니 50대 건강으로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