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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런 ‘주부 외교관’/애써 익힌 외국어 묵힐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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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런 ‘주부 외교관’/애써 익힌 외국어 묵힐 수 있나

입력
199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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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통역안내원에 가입/자원봉사로 국위선양하고 외국인친구도 사귀어 보자전업주부인 방금자(55·서울 도봉구 도봉동)씨에게는 외국인친구가 많다. 홍콩인 사업가, 미국인 광고회사 매니저, 네덜란드인 피겨스케이트선수 등. 국적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은 모두 방씨가 관광안내라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귄 사람들이다.

방씨는 83년부터 토요일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정보센터에 나가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우리나라를 알려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93년에는 네덜란드 입양아의 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관광안내를 하다보면 길가에 지도를 들고 서있는 외국인한테는 무조건 달려가 돕는 것이 버릇이 된다. 그 덕분에 93년에 네덜란드에서 온 배크제 벨로코프(여)씨를 만나게 되었고 한국에서 입양한 딸의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방씨는 그후 2년간 신문사 고아원을 돌아다니며 그 가족을 찾았다. 결국 나타난 사람은 외할머니. 이런 인연으로 방씨는 95년에 치뤄진 이 입양아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네덜란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홍콩방문도 다 비슷한 인연으로 이뤄졌다. 현재 방씨의 큰딸은 싱가포르에서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방씨의 국제화는 자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맹숙영(57)씨는 영어교사 출신. 외국어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역시 83년부터 한국관광공사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서울총회 등 큰 행사에 참가했던 맹씨는 『그때마다 각 나라의 지도층인 참석자들에게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을 알려주기 위해 애썼다』고 말한다.

제주시에서 일본어 학원강사로 일하는 부명순(37)씨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국제친선마라톤대회에도 통역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제주에서 스포츠행사가 많이 열리다보니 그의 전문은 체육대회 통역안내. 어지간한 경기의 규칙이나 용어 등에는 익숙해졌다. 『골프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경기용어 등을 몰라 애를 먹은 후로 전문용어를 더 신경쓰고 공부하고 있다』고 부씨는 말한다. 제주에는 부씨처럼 통역안내 자원봉사를 하는 주부 20여명이 만든 모임도 있다.

현재 주부 자원봉사 통역안내원들은 한국관광공사나 지방자치단체 관광진흥과에 1,100명이 소속되어 있으며 150여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아시아유럽회의(ASSEM), 2002년 월드컵 등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관광공사로서는 2000년까지는 1만명 정도로 늘어났으면 하는 것이 바람. 관광공사 국민관광처(02-729-9472) 지도부 김상기 과장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주부들이 적극 자원봉사에 나선다면 우리나라의 관광입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어떤 외국어든 상관없으며 명예관광통역안내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언젠가는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들려준다.

고등학교만 나와서 통역학원에서 영어회화를 배워 자원봉사를 시작한 방씨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데는 유창한 외국어보다는 친절한 태도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고 일러준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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