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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산업이다/최대권 서울대 교수·법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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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산업이다/최대권 서울대 교수·법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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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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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은 세계일류 기업만을 생존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대학을 세계경쟁에 내맡긴다면 몇개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현재 우리 대학의 세계경쟁력 지표는 어떠한가? 국내 최대인 서울대의 190만권의 장서는 미국의 100위에 해당하는 대학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최신 실험기자재를 갖춘 실험실 등은 어떠한가? 그리고 도서관·시험실 이용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대학도서관 이용학생의 대부분이 고시나 취업준비생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풀이하여야 하는가?초중고생의 사교육비가 근래 최대의 사회쟁점이 되고 있다. 이 엄청난 사교육비가 공교육의 향상을 위하여 돌려질 수 있다면 국가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바람직할까? 이에 상당한 현상이 우리나라 대학과 관련해서도 존재한다. 학자 등을 꿈꾸는 사람은 대학졸업후 으레 미국 등 외국 명문대 유학을 다녀오며, 그곳에서 받아온 학위는 국내대학의 학위보다 나은 것으로 취급되고 국내대학교수의 반이상이 외국학위 소지자이다. 또 교수가 되면 몇년에 한번씩 국비·학술재단지원금 혹은 자비로 몇개월 내지 몇년에 이르는 외국연수를 다녀온다. 요즘은 초중고생까지 외국 유학보내는 사례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 정부, 기업체 등에서도 매년 수십∼수백명에 이르는 인원을 외국유학 보내고 있다. 외국대학등에서는 한국학생끼리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며 유독 돈 잘 쓰는 한국학생들을 유치하려 노력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단순히 연수를 다녀오는 한국교수 등 연수생들을 시설이용비 등 명목의 납입금을 내도록하고 받아들이는 외국 명문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귀국하여 사회 곳곳의 유력한 지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 유학생·연수생들은 으레 외국명문대 동창회를 구성하여 모임을 가지면서 모교를 위한 기금 마련에 앞장서며 방학때 모교 총장은 한국에 들러 이렇게 모은 기금이나 동창생들이 알선한 한국정부, 재벌기업, 재단의 지원금 수백만달러씩을 얻어간다.

미국 한 나라에서 한국 유학·연수생들이 뿌리는 돈만도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다.

나는 첫째로 미국과의 통상협상때 왜 이러한 수치를 무역수지 등에 포함시켜 우리의 입장을 강화하는데 활용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둘째로 석·박사교육, 연수교육이라면 왜 선진외국의 명문대학을 선호하며 그곳에서의 교육이라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있는가. 그것은 국내대학 및 대학원교육의 내용과 질의 상대적 열악, 이에 대한 불신, 외국명문대학의 그것에 대한 과신과 한국인간의 과열경쟁 때문일 것이다. 우선은 교육·연수비를 투자하여 앞선 외국 학문·기술을 배워오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쓰일 돈이 외국명문대의 발전을 위하여 쓰이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국내의 대학간에서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박사과정 등 고급인력 양성교육은 으레 선진외국에서 행하는 것이라 한다면 국내대학, 특히 대학원 교육은 무엇하자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한국음악가나 노벨상후보 물망에라도 오르는 한국과학자를 보면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후 혹은 처음부터 외국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음악가나 노벨상후보에 오르는 학자 또는 과학자를 배출하는 대학을 만들 수 없는가? 굳이 외국유학을 가지 아니하고도 우리나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학문과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외국가서 뿌리는 엄청난 외화를 우리 대학의 연구·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대학도 세계각국의 수재들이 너도 나도 자기 돈을 써가며 교육과 훈련을 받아 보겠다고 쇄도하는 그러한 대학이 된다면 그들이 뿌릴 등록금·생활비 이외에도 우리나라를 위하여 엄청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긍정적 부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외국 명문대 출신 한국사람들이 국내 정·관·재·학계 등 각계에서 영향력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듯이 미·영·독·불 등 전세계의 유수국가 국민이 우리 대학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후 귀국하여 자기 나라 각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얼마나 큰 잠재적 자산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들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그들 성공한 외국인 졸업생들은 얼마나 큰 힘이 될 것인가? 가령 우리나라 대학총장이 외국에 나가면 그곳 한국인 졸업생뿐만 아니라 외국 동창생이나 외국 단체들로부터 대학발전기금 모금을 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걸맞는 한국의 세계적 명성과 위상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러한 대학을 만들 수 있는가? 필경 그러한 방향의 확고한 비전과 강력한 지도력과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스포츠에 대한 집중투자가 올림픽제패도 가능케 했다.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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