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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재벌 자금창구 변질

입력
1997.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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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물량 감소불구 무보증회사채까지 독식/중기들은 금융권 지급보증 기피로 엄두 못내/능력 갖추고도 돈줄 막혀 흑자도산 부작용 우려「회사채시장에서는 재벌기업이 아니면 명함도 꺼내지 말라」 기업들의 주요 자금줄인 회사채가 재벌기업들의 전용자금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기업들의 잇따른 부도 여파로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지급보증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신용도가 비교적 높은 재벌 계열사와 덩치 큰 공기업들이 회사채발행을 독점하고,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중견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해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10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들어 5월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1,135건, 12조6,147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건수는 286건, 금액으로는 3,416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한보부도사태 이후 금융권에 지급보증 공포증이 만연하면서 기업들이 올들어 금융기관 등으로 부터 지급보증을 얻어 발행한 회사채는 전년보다 1조2,968억원이 줄어든 10조6,532억원(1,072건)에 그쳤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물량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대기업들은 오히려 호시절을 맞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발행액(29조5,810억원) 가운데 4대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9조6,266억원으로 32.54%였다. 그러나 올들어 5월말까지는 4대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4조4,139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35%에 달해 전년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의 면면을 보면 회사채의 대기업 집중현상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업들이 올들어 5월까지 발행한 무보증회사채는 63건에 1조9,615억원으로 전년 동기(34건, 1조63억원)보다 건수와 금액이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외견상으로는 기업들이 보증을 얻기가 어려워지면서 무보증회사채 발행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한 업체는 재벌기업 일색이다. 삼성과 대우 계열사들이 각각 2,000억원의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비롯, 현대와 선경 계열사들도 1,800억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포철의 무보증회사채는 2,7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포철을 포함한 5대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무보증채는 모두 1조730억원으로 전체 무보증채의 절반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무보증채를 무더기로 발행하는 것은 지급보증료 등의 발행비용부담을 덜 수 있고 신용도를 앞세워 회사채 처분이 쉽기 때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재벌기업이 아닌 업체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으로 지급보증을 기피하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충분하고 발전가능성도 높은 기업이 자금줄이 막히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연쇄적인 흑자도산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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