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상황 이럴땐 어떻게/대학생 계란세례 “직접만나 요구사항 들어볼 것”/딱한 처지 측근 수뢰 “해직하되 일자리는 알선”질문 1. 지방순시에 나섰습니다. 출발전 현지에서 대학생들의 데모가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차량편으로 순시를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도청앞에서 대학생들로부터 밀가루와 계란세례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체포한 시위학생들을 모두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질문 2. 충성스럽게 보좌해온 한 측근이 어떤 사람으로부터 많지는 않지만 대가성있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며 이후에도 외부에 알려질 우려가 없습니다. 이 측근은 평소 깨끗이 처신해 왔으며 이 돈은 암에 걸린 부인의 치료비에 썼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박찬종 고문은 첫번째 질문에 대해 『밀가루를 뒤집어 썼을테니 먼저 옷을 갈아입은 뒤 시위를 주동한 학생들과 만나 요구사항과 주장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처벌문제보다는 사안의 정치적 성격을 우선 고려한 답변이었다. 『학생들을 피할 이유가 없다』 『학생들의 주장이 옳으면 받아들이고 옳지 않으면 행위의 정도를 봐서 처리할 것』이란 부연설명도 이어졌다.
박고문은 현지 경호상의 문제를 묻는 보충질문에 『학생들이 무엇인가 답답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경호·경계에 허점이 있었지만 치안상의 문제는 별도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고문은 특히 『20년전 싱가포르 리관유(이광요) 총리가 집무실로 학생들을 불러 얘기를 듣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데모학생들도 국민이므로 직접 현장에서 (얘기를)듣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 『이 경우 금액도 문제가 된다』고 전제한뒤 『사용처가 분명하다면 공개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직위에서 해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고문은 그러나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 먹고 살 자리는 마련해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평가◁
현직 대통령이 자신에게 밀가루와 계란세례를 한 시위학생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답변으로 받아 들여 진다. 그러나 질문의 요지는 대통령에게 밀가루와 계란을 투척한 시위주동자를 사법처리할 것인지 여부였다. 관련 법조문에 대한 설명과 이에대한 자신의 의견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장현규 기자>장현규>
◎당내 타주자들 서면질문/대중인기 비결 “나름대로 애쓰는 것 평가 감사할 뿐”/권력분산론 “총리에게 실질적 조각권 위임 마땅”
박찬종 고문에 대한 서면질문에는 이홍구·이한동 고문, 최병렬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 4명이 응했다. 이회창 대표 이수성 고문 김덕룡 의원 등 3명은 질문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한동 고문과 최의원측은 대중적 이미지 구축의 비결을 물었고, 박고문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부족한 나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박고문은 「탤런트기질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보충질문이 있자 『정치를 하면서 이런 저런 여러 모습을 보여왔다』며 『자기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점을 평가해준데 대해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고문진영은 권력분산론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고, 박고문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권력분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군림하며 통제·명령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박고문은 또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현행헌법에 따라 총리에게 실질적인 조각권을 위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방향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변했다.
이지사측은 공정한 경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물었고, 박고문은 『얼마전 공정경선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시작됐을 때 경선을 규범화·제도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며 『기회를 잡게되면 반드시 경선을 제도화하겠다』고 답변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시민포럼 이모저모/전문용어·수치인용 경제통이미지 부각/탈당여부 질문에 “후보되면 될 것 아닌가”
신한국당 박찬종 고문은 10일 대선주자 시민포럼 초반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받았으나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하는 관록을 과시했다. 그는 말바꾸기 사례, 잦은 당적변경, 「독불장군식」 정치행태를 지적하는 패널리스트들의 잇단 추궁에 이전과 달리 정면대응을 피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예봉을 피해갔다.
박고문은 또 과거의 과오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는 「김빼기」 작전을 구사하는 바람에 패널리스트와 치열한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고문은 그러나 경제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전문 용어와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가면서 「경제통」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답답한 마음에 한곡 불렀다”
○…박고문의 모두발언에 이어 「고시 3관왕으로 시험의 천재지만 변신의 천재라는 얘기도 있다」 「3당합당을 비난했다가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등의 예민한 질문이 쏟아졌다. 박고문은 잦은 당적변경에 대해 『나는 여러차례 당적을 옮겼지만 크게는 짧은 여당과 긴 야당생활을 거쳐 고뇌끝에 신한국당에 입당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11총선때 지원유세를 하면서 노래를 부른 것은 정치를 3류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분위기가 너무 냉랭해서 답답한 마음에 노래 한곡 부른 것이 탓할 일이냐』고 응수했다.
그는 또 현재 거주하고 있는 빌라에 대해 『학교 선후배들이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우리 가족은 열쇠만 받고 살고있다』며 『전세계약금은 1억원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청자가 「실제 전세 거래가는 2억5,000만원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고 추가질문을 하자 『선후배들이 계약을 체결해 세세하게 따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고문은 실질임금 인상, 통화량 등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는 「고임금을 주장하면서 어떻게 고비용경제구조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정부에서 사교육비와 집값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실질임금을 인상해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고문에게는 경선을 전후한 탈당여부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박고문은 「언론에서 박고문을 탈당 1순위로 꼽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덕한 소치가 아니겠느냐』면서도 『금년들어 고비고비마다 탈당설을 흘린 다른 대선주자에 대해서는 전혀 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탈당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내가 후보가 되면 될 것 아닌가』 『누가 불공정한 경선을 하는지 당원들이 채점을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등으로 분명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불공정 경선분위기를 언제까지 참을 것이냐는 물음에 『한계를 넘었다는 말이 나오는 수준까지는 참아낼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큰딸이 사위넥타이 가져와”
○…토론회장에는 박고문의 부인 정기호씨와 장인 정웅섭씨 등이 나와 지켜봤다. 박고문은 「넥타이가 어울린다」는 패널리스트의 촌평에 『큰 딸이 지난번 토론회에서 맨 넥타이가 좋지않다고 사위 것을 가져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고문은 「요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교시절 자취할 때 식사당번이었고 결혼초반 가끔 밥을 해본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그 이후에는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패널리스트가 「정치가의 조건으로 운, 예리함을 감쌀 수 있는 둔, 심지가 굳은 근 등 3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의 경우 둔은 모자라고, 근은 있고, 운은 없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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