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살의 여자가 성찰하는 세계와 자아의 모습/신세대 소설가 김연경의 중·단편 8편 묶어『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서로 닫혀 있다. 자아와 타자의 간극이란 그런 것,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와 나를 얘기함에 있어 무례하게 너의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소설가 김연경(22)씨의 이 표현은 『닫혀 있는 너와 나의 세계를 얘기하기 위해 무례하게 소설 쓰는 일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 들린다. 지난해 「「우리는 헤어졌지만, 너의 초상은」, 그 시를 찾아서」로 등단한 그가 1년여만에 8편의 중·단편을 묶은 첫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문학과지성사간)을 냈다.
김씨는 우리 문단에서 아마 가장 나이 어린 작가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성민엽씨는 그럼에도 김씨의 소설이 주목되는 이유는 『자아상실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인 채 환멸에의 탐닉을 즐기는 바로 윗세대의 일단의 풍조로부터 성큼 벗어나 진지한 성찰의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스물두살의 여자가 성찰하는, 세계와 자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인공 파트리샤가 미셸에게 『윌리암 포크너를 알아』라고 묻자 미셸은 『몰라, 너랑 같이 잔 남자야?』라고 되묻는 세계(「바스러지는, 어그러지는 하루」)이다. 「초라한 불멸의,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자아의 초상, 그 모습이 김씨의 작품에는 담겨 있다.
「언제나 없는 여자」는 전화다이얼을 돌리다 우연히 「공무영」이라는 여자의 자동응답 녹음을 들은 「손」의 숨바꼭질 이야기. 처음엔 무심코 끊었지만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자신을 의식하고 녹음메시지가 바뀌는 것을 눈치 챈 손은 미지의 여자와의 「게임을 향한 달아오르는 욕망으로 헐떡, 헐떡거리면서」 재다이얼을 누르고 그 여자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결국 남는 것은 여자의 「없는 눈동자와 없는 발, 없는 그림자, 없는 얼굴」뿐이다. 분간할 수 없는 자아와 타자의 숨바꼭질은 김씨 소설의 주된 구조다. 「나」는 추운데 「그대」는 덥다고 하는 「바스러지는, 어그러지는 하루」,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자 「아」의 자유분방은 방탕으로 치닫고 엄격하고 철저한 여자 「베」의 금욕은 자폐와 죽음로 귀착된다는 「아 베, 혹은 생존의 방식」 등이 그렇다. 김씨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세계에 대한 혐오는 그것에 대한 태생적 집착과 공존하는 것, 나는 나 자신이 두 세계 사이에서 파열하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그 생존의 방식은 「말」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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