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요즘 손에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길어야 한달도 남지 않은 임시국회전까지, 은행법개정 한은독립문제 실명제보완 등 하나하나만으로도 결코 간단치 않은 경제개혁 입법안을 한꺼번에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상시 임시국회에 상정되는 경제법안은 많아야 20∼30여건 정도인데, 이번에는 100여건이 무더기로 올려질 예정이다.『그렇게 중차대하고 논란의 소지가 많은 법안들을 무엇에라도 쫓기듯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나, 『지금같은 정치상황에서 과연 통과가 가능이나 하겠느냐』는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정부는 개혁입법 연내 처리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현 경제팀의 개혁성향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뒷정리를 해야 할 정권말기에 「분위기 파악도 못한 채」 새로운 개혁을 밀어붙이려는 경제팀의 왕성한 의욕도 그런 맥락에서 좋게 해석할 수 있다. 정권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막는 걸림돌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치우고 넘어가겠다는 사명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과천을 향한 시선을 금융계로 돌려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개혁의 높은 이상은 온데간데 없고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같은 구시대 행태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마음에 안드는 은행장을 반강제로 몰아내고, 정부와는 전혀 무관한 서울은행 한미은행 은행장까지도 산하기관 인사발령을 하듯 내정자를 선정해 물의를 빚은 시중은행장 인사파문은 관치금융의 「건재」를 생생히 확인시켜준다.
이번 은행장 인사파문을 일으킨 「몸통」이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현 경제팀이 개입한 것은 분명하다. 구시대적 경제관행을 개탄하고 금융개혁을 부르짖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앞과 뒤가 다른 개혁의 두얼굴. 현정권의 개혁을 좌절시킨 그 병폐가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