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독일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붕괴할 것인가. 82년 10월부터 14년8개월동안 탄탄한 공조를 과시하던 연립정권의 기민 기사 자민당이 최근 콜 총리의 유럽경제통화동맹(EMU)가입을 위한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놓고 균열을 보이면서 연정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콜 총리는 그동안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99년 출범하는 EMU에 가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연정을 이끌어왔다. 콜 총리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5%인 것을 EMU 가입기준인 3%로 낮추기 위해 복지예산축소 등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적자폭이 줄지 않자 콜 총리는 최근 분데스방크의 보유금을 재평가하려 했으나 분데스방크와 야당인 사민당의 반대로 좌절됐다.
콜이 다음 카드로 뽑아든 것이 세제 개혁을 통한 세금 인상안이었다. 의외의 복병은 내부에 있었다.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의 라이너 부뤼더레 총재 대리는 세금인상은 실업자를 양산할 뿐이라며 세금을 인상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경고에 이어 사민당과의 연합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민당의 이러한 연정탈퇴 위협은 12.2%라는 전후 최대 실업률, 복지예산 축소 등으로 날로 연정의 인기가 급락한데다 국민의 83%가 EMU가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국 프랑스 선거에서 좌파정당들이 승리를 거둔 것도 자극제가 됐다.
현재 자민당의석이 47석에 불과하지만 우파연합이 341석이고 사민당 등 좌파연합이 331석이어서 자민당의 연정불참이 현실화하면 콜의 연립정권은 그순간 끝이난다. 자민당은 그동안 중대국면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69년 빌리 브란트의 사민당 정권탄생과 82년 13년의 사민당 정권을 무너뜨리며 콜 정권을 등장시킨 것도 자민당이었다.
콜 총리가 세금인상안을 두고 발생한 연정붕괴 위기를 극복하고 유럽통합의 초석을 다질지 아니면 연정붕괴로 조기총선을 실시할 지 주목된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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