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지금 문호 세르반테스 탄생 4백5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전국이 떠들썩하다고 한다.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풍자한 그의 소설 「돈키호테」는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란 격언을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보사태와 대선자금 공개, 대선주자 TV토론 등을 통해 제가 한 말을 뒤집고 거짓 표정을 짓는 정치인들을 보는 일은 역겹고 괴롭다. 이럴 때를 위해 「정직한 정치인의 앞날처럼 캄캄하다」라는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표현도 존재하는가 보다. ◆그러나 이런 기회들은 정치인들에 대한 허상을 벗겨내고 그들 본래의 모습과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데 단단히 기여했다는 역설도 성립시킨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교수와 로마대의 지안 카프라라 교수는 유권자가 정치인과 일반인에 대한 인성평가를 할 때 어떤 기준에 따르는가를 연구, 발표했다. 미국인과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예상과는 딴판이다. ◆응답자들은 기업인, 운동선수 등 일반 유명인사를 평가할 때는 정력과 친절, 정직, 정서적 안정, 개방성 등 심리학자들이 고안해 낸 전통적 5개항을 적용함으로써 꽤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인에 대해서는 거의 정력과 정직성 등 2개 항목만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에 대한 평가기준을 단순화함으로써 누구에게 표를 찍을 것인가를 쉽게 결정하는 실용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짐바르도 교수의 설명이다. 전국이 대선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 조사를 믿고, 열정적이고 정직한 인물의 승리를 기다려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