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분짜리 2편 연속공연/진지한 연기+익살 단편연극의 참맛 선사단순하다. 재미있다. 뭉클하다.
공연이 드문 단편연극이 대학로에서도 후미진, 속칭 「뒷골목」에서 얼굴을 마주한 은행나무극장과 마로니에극장에 올려졌다(7월31일까지). 극단 은행나무와 민예가 40∼45분짜리 극을 각각 2편씩 연속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웬만한 1시간 30분짜리 연극보다 더한 재미와 감동이 거기 있다. 값비싸고 번드르르한 세트는 물론 없다. 소박한 무대에서 비로소 「인간」을 만날 수 있다.
「낚시터전쟁」과 「소주 그리고 오징어」는 민예가 87년 마로니에극장 개관을 기념해 「좋은 연극 싸게 보기 운동」으로 공연했던 이근삼 작품이다. 내용은 낚시터에서 벌어진 30대 청년과 60대 노인의 싸움과 비오는 날 학자와 거지의 신세타령. 2명의 주인공이 두 작품에서 분장을 바꾸고 등장, 이근삼 특유의 익살과 풍자를 연기하고 있다(02―744―0686).
은행나무의 공연은 소시민에 대한 진솔한 묘사가 돋보인다. 「노인과 도배쟁이」에선 떠돌이 노인이 시종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적 연기 끝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메뚜기 한마리 쇼윈도에 부딪쳐 마네킨을 웃겼네」는 식당 주방의 일상을 리얼하게 극화하고 있다. 모두 93년 신춘문예 당선작(02―3672―6051∼2).
「메뚜기…」를 제외한 3개 작품은 2인 대화, 단순한 줄거리, 명쾌한 주제라는 단막극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공연됐던 단막극은 수입에서 제작비를 계산하는 상업적 논리가 공연계를 지배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단순한 만큼 상상력이 자극되고 배우의 개성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단막극의 특성은 이번 공연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도 두 극단은 작은 작품을 그냥 내놓기 미안했던 모양이다. 은행나무는 8,000원이란 저렴한 가격표를 붙였고, 극단 민예는 작품이 맘에 들지 않으면 환불해 주는 리콜제와 73년생(창단연도)에게 50% 할인혜택을 마련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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