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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씨어터 온’ 정기공연(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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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씨어터 온’ 정기공연(무용평)

입력
199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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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표출되는 싱싱한 몸의 즐거움홍승엽이 댄스 씨어터 온을 이끈 지 4년째가 됐다.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는지 궁금해질 만하면 용케도 공연소식이 들려왔기에 벌써 4년이 되었음을 축하라도 하고 싶다. 지난 가을 홍승엽이 서울무용제에서 안무상, 무용예술사에서 올해의 안무가상을 수상하면서 이 단체가 안정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린 바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또 수를 세고 있다」는 아주 명쾌한 동작으로 시작됐다. 몸의 동체부분 중에서도 일부만을 움직이는 특이함과 즐거움에 주목하기는 처음이었다.

동시에 마치 힘의 표출을 자유로이 조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의 단절과 접목이 독특해 이 작품의 두 가지 주제로 내세울 만했다.

움직임이 주는 즐거운 느낌은 안무자의 자신감과 자유로운 연상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홍승엽의 안무력이 절정기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는 예감은 그가 이러한 창조자의 조건을 간간이 내비친 때문일 것이다. 반면 언어적인 주제가 없는 춤을 30분간 지속하면서―이 자체가 굉장한 실험이기도 하다―처음의 감흥을 끝까지 유지하는 단계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후반 6인무 경우 그 부분만을 떼어서 보면 아주 구시대적인 흐름과 동작을 발견하게 되는데 복고적인 맛을 살려내지 못하는 재현으로 보여 어리둥절하다.

안무자는 그러한 스타일의 춤을 구경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동작을 다듬는 섬세함이 도입부에서처럼 집요했다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다.

「파란 옷을 입은 원숭이」가 진행될수록 흥미유발의 계기가 많다는 사실은 관객에게 남겨지는 작품의 여운으로 볼 때 아주 큰 장점이었다. 「그가 또 수를 세고 있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홍승엽의 탁월한 대표작이 될 것이다.

박호빈이 안무한 「절취된 기억」은 포옹과 폭력이 반복되는 가운데 활기가 넘쳤다. 깊은 감성의 표출을 시도하는 내용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교나 동작의 화려함이 강하다. 이광석이 보인 고속회전 중의 정지된 순간같은 탄력은 젊은 무용가가 아니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여유였다.

댄스 씨어터 온의 구성원들도 그동안 많이 교체되었다. 이번에는 남자 8명과 여자 4명이 참가했다.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유일한 무용단일 것이다. 기교와 감성 면에서 춤을 추기에 가장 적절한 연령층인 20대 후반의 무용가, 특히 남성무용가들이 보여주는 젊음과 원숙한 느낌의 조화가 이 단체만의 매력으로 뿌리내릴 것같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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