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서울대 총장에서 문교부장관으로 옮겨앉은 분이 총장시절 가장 기분좋은 날은 비오는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비가 오니 오늘만은 학생들이 데모를 하지 않겠지 하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대개 적중됐다고 한다. ◆장관 취임후 그는 비오는 날도 안심하지 못했다. 전국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할 자리였기 때문이다. 취임한지 얼마 안돼 해외출장중 파리대학과 도쿄대학 총장을 만나 그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총장은 걱정 말라며 국민소득이 1만달러 정도 되면 데모는 자연히 없어진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재임중에는 데모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퇴임 10여년후 신기하게도 서울대에서 학생데모가 없어진 것을 보고야 그는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다수 학생들의 관심사가 아르바이트 학업성적 레저 등으로 바뀐 탓이다. 한 대학만으로는 데모가 안되니 연합체를 만들어 합동데모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총련은 아직 전국대학총학생회 연합체란 간판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급속히 시민들과 학생대중의 지지를 잃으면 어떤 조직으로 변신할지 의심스럽다. 68년 도쿄대학 야스다(안전)강당사건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은 일본의 전공투 학생들은 그해 8월 적군파를 결성, 국제 테러단으로 변신했다. ◆친북성향과 폭력시위로 급속히 세력이 약화된 한총련은 민족해방군이란 섬뜩한 이름의 투쟁조직을 두고있다. 더 이상 학생운동 조직이랄 수 없는 증거이다. 이들이 본격적인 테러조직으로 변해 학원을 떠나야 두 대학총장의 경험담이 적중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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