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등 사업다각화 박차”『샘표는 브랜드의 힘만 믿고 생산자 중심의 경영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하는 입맛에 맞추기보다 장 원래의 품질을 지키겠다는 고집으로 버텼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는 세련되고 고급스런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간장 등 양념장 중심의 식품사업으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친숙했던 샘표식품이 일대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3세 경영인으로 최근 취임한 박진선(47) 사장.
46년 샘표식품을 창업한 박규회 사장의 장손인 그는 76년부터 시작된 아버지 박승복 회장과 작은아버지 박승재 사장 2세 체제의 바통을 이어 샘표에 새바람을 몰아가고 있다. 창업이후 50년이 넘도록 한번도 업종전환을 시도하지 않고 수성 위주로 이루어진 샘표의 경영을 완전히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샘표간장은 진로소주 럭키치약 OB맥주 등과 함께 국민적인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사업확대로 크게 성장한 데 비하자면 샘표는 너무나 정체상태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종합식품유통회사로 사업규모를 늘리고 정보통신 엔터테인먼트사업 등에도 진출할 생각입니다』 박사장은 매년 8%정도 성장했고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낸 샘표식품을 2000년까지 연매출 2,000억원 규모 회사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간장을 주력으로 하되 90년대 들어 거의 뺐기다시피한 2,000여억원 규모의 고추장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곧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국수 양념장 등 주문자생산방식의 제품수를 늘리고 올해 안에 전국에 120개의 도매상을 확보, 유통망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몇년안에 중국과 미국에도 공장을 건설,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샘표는 창업이후 바뀐 적이 없는 상표를 바꾸고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통합(CI)작업에 들어갔다.
『정보통신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지만 소자본으로 진출하는 기업은 틈새시장을 어떻게 노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우수한 인재로 대형 통신네트워크 회사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사업도 벌이겠습니다』
이같은 사업 다각화는 박사장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치고 전공을 바꾸어 철학박사 학위를 따낸 그는 최근 귀국하기까지 미국 대학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출판 영화 등 문화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는 박사장의 새로운 경영으로 샘표식품이 어떻게 변모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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