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동서 대선자금·내각제 등 의견 나눠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이수성 신한국당 고문이 7일 경기 용인에서 골프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야당총재」와 「현직총리」로 만나 골프정치 붐을 일으킨 이후 8개월여만이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총재님을 보기만 해도 즐겁다』는 이고문의 말처럼 서로간의 호의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 보였다.
이고문은 이날 기자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학교선배이자 총리 대선배를 모시고 아무런 부담없이 운동을 하는 자리』라며 회동에 대해 정치적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라운딩에 앞서 클럽하우스에서 마주 앉자마자 대선자금문제와 내각제, 선거구제 문제 등 몇가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그야말로 「부담 없이」 의견을 주고 받아 주목을 끌었다. 10여분간의 짧은 대화였지만 그속에는 서로간의 장대한 구상이 담겨있는 듯했고 그 구상중 일부는 즉석에서 주파수가 맞아 떨어졌다.
이고문은 먼저 김총재에 대한 덕담과 함께 『대통령 공격 그만하시고 정국안정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하야론」제기 등 강경한 대여투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총재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말이겠지만 이른바 「김심」과 신한국당 민주계를 끌어안으려는 이고문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는 이어 여야간 정쟁이 계속되는 정치현실을 개탄했고 김총재가 이에 동의하자 『총재님이 앞장서서 고쳐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총재는 곧바로 내각제에 언급, 『그러기 위해 새로운 정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하고 가까운 장래에 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고문이 『내각제는 정경유착을 심화시키고 통일전에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김총재가 다시 내각제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잠시 내각제 「문답풀이」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에 더 맞는 제도. 또 김총재가 『돈 안 쓰는 선거보다 돈 덜 쓰는 선거란 말이 맞다』고 하자 이고문도 『그 말이 정확할뿐더러 위선이 아니다』고 거드는 등 호흡이 맞아 돌아갔다.
이날 김총재는 경기 평택이 지역구인 자민련 허남훈 정책위의장과, 이고문은 지우인 정해창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한팀을 구성했다. 이고문과 허의장, 정 전실장은 모두 서울대 법대 14회 동기생들로 서울대 선배인 김총재가 후배들을 초청한 형식이 됐다.<용인=홍윤오 기자>용인=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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