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출범한 프랑스 좌·우 동거내각의 각료 26명중 눈에 띠는 인물이 두명 있다. 녹색당 당수로 환경장관으로 입각한 도미니크 부아네(38·여), 「국경없는 의사회」의 공동창립자로서 보건장관이 된 베르나르 쿠쉬네(58)가 바로 그들이다. 모두 시민 운동가 출신이다.76년 환경운동에 투신한 부아네는 남태평양 핵실험 반대운동을 주도했으며 80년대 「자연보호협회」와 「지구의 친구들」에서 활동하다 87년 녹색당을 창당했다. 91년 녹색당 당수가 된 그는 평범한 교사집안 출신으로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 마취과 의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쿠쉬네도 내과 전문의로 80∼84년 국경없는 의사회의 회장을 맡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인술을 펼쳤다.
이들의 입각은 건전한 시민운동을 주도한 인물이 현실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다. 각국의 시민운동단체 등 이른바 비정부기구(NGO)들은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면서 정부의 견제를 받거나 갈등을 빚어왔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 단체를 반정부조직으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NGO는 정부가 추진하지 못한 일을 해내거나 국민을 무시한 관주도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 이는 이들 NGO 회원들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다가 자발적인 봉사정신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프랑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지도자는 이제 제도권으로 진출, 그동안의 관주도 정책을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정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위치에 서게됐다. 이들의 정책결정과정 참여로 관료주의의 악습을 타파할 수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의 경우 최근 NGO의 활동이 활발해지기는 했으나 일부 지도자나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의식도 아직은 걸음마단계라고 할 수 있다. NGO출신 장관들이 우리 사회의 경직된 관료사회에 새바람을 몰고올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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