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 대선주자들에게 한결같이 물어보는 것이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이다. 나아가서 차기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중론이 일고 있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러나 그 의미가 분명치 않다. 경제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다는 것인지를 의식있는 유권자라면 누구나 한번씩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경제대통령이 기대된다고 하는 것은 결국 차기대통령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대통령 후보나 유권자들은 현 경제위기론의 본질과 그에 대한 처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경상수지적자가 작년에 국민 총생산의 5%에 이르렀고 또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6% 이하로 하락할 것 같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제위기라고 할 수 없다. 이 정도의 상황악화는 경기순환의 일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며 실제로 우리가 과거에 여러번 겪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감에는 이보다 절실한 이유가 없지 않다. 그것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면 그에 따른 자율적 조정능력을 발휘하여 다시 경기상승기로 접어드는 복원력 혹은 반탄력을 상실한 것이 사실인 듯하기 때문이다.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표현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지난 7, 8년간 줄곧 장기적 경기침체를 겪어온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의 본질은 이와 같은 반탄력 상실에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궁극적으로 주요 사회구성원들 각자에 의한 배타적 이기주의 추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80년대말 급속한 민주화와 더불어 이례적인 경기호황을 겪으면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근로자들이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등한 교섭권을 쟁취한 이후 아직까지도 그중 상당수가 사용자들과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제로 섬」개념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기업의 경우를 보면 특히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오너들이 친족을 중심으로 소유권을 굳혀 나가며 아울러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온 것이 또 하나의 예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다른 대기업들과는 물론, 중소기업들과도 상호분업에 입각한 협력적 생산체제의 구축을 기피해왔던 것이다.
한편 공무원들은 관료 고유의 규제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는데에 만족해 왔다고 하겠다. 이렇게 하다보니 공동생산체제로서의 경제구조가 경직되고 국민들간의 팀워크가 그 효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실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 그러나 그 방식에 있어서 개인의 이익이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동이익과 배치되는 경우에는 팀워크가 와해되고 그 결과 개인의 이익도 달성하지 못하는데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구성원 각자는 배타적 이기주의보다는 상호보완적 이기주의, 즉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협력과 분업을 통하여 공존과 공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도 이와 같은 팀워크체계의 구축에 있다. 노사가 상호협력하고 크고 작은 모든 기업이 서로 분업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관료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조장하는 한편, 모든 국민들의 공동재산인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나가고 동시에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한 사회보장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분담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촉진하기 위한 각종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국민적 합의의 기반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국민적 합의의 형성이 바로 정치권의 과제이며 특히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경제대통령의 역할도 사실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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