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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화단에 뿌리내린 문범강 교수 ‘생의 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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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화단에 뿌리내린 문범강 교수 ‘생의 음모’전

입력
1997.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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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끝의 어울리지 않는 희망/22일까지 샘터화랑미국 조지타운대 미술학과 교수 문범강(42).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81년 도미. 매릴랜드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 88년 조지타운대 미술학과 교수. 국제판화 공모전의 연이은 수상. 그리고 회화로 작업을 바꾼지 올해로 3년. 이제 그는 유화작가로 뉴욕화단에 뿌리를 내렸다. 뉴욕 유수화랑에서 잇단 전시, 미술전문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의 주목이 바로 그것이다.

95년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된 이후 처음 갖는 이번 「생의 음모」전에 15점을 내놓는데 분위기가 매우 기괴하다. 전시는 6일부터 22일까지 샘터화랑(02―514―5122). 14일 하오 4시에는 이대 미술대학에서 미국 인물화작가 아네트 폴란의 「사실을 넘어서―미국의 인물화(1960∼1990)」, 문범강씨의 「지금, 여기, 뉴욕의 미술을 중심으로」 특강이 마련된다.

한결같이 혀를 빼물거나 입을 벌리고 있는 흑인과 수녀, 개와 늑대. 그리고 생경한 색깔. 「한바탕의 뒤숭숭한 꿈자리」같은 그의 작품을 전문가들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했다』고 분석한다. 빼어문 혀는 「키스」의 도구가 아니라 의식의 통로로서의 상징물이고, 박스에 갇혀 있는 육신은 고정관념에서 빠져 나오려는 진화의 노력을 묘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림을 이렇듯 분석적으로 보기란 여간 고통스런 작업이 아니다. 더욱이 작가 자신이 『항상 의도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에야.

신문에 난 아기를 업은 어머니의 모습을 아버지와 아이 모습으로 변형하고, 여기에 아이러니컬하게 「로얄 패밀리」라는 역설적 제목을 달아놓은 것이 바로 작업의 핵심이다. 절망 끝의 어울리지 않는 희망은 일관된 비관보다 더 비극적인데 바로 이 점이 현대인과 현대회화의 아이덴티티 찾기 작업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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