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야 공세 수습용… 적극적 두둔 아니다”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김대통령이 4일 『당대표는 시한부 대표로 지명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이대표측 대선주자들의 대표직사퇴 요구에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표직문제를 둘러싼 대립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대표측은 『김대통령이 대표직 수행과 공정경선은 별개이며, 대표직 사퇴는 이대표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희색이 만면했다. 실제로 반이대표측은 임면권자인 김대통령이 대표직문제에 대해 직접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향후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김대통령이 이대표와 반이대표 진영의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이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을 들어 경선과 관련한 「김심」이 이대표에게 실려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이같은 「확대해석」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김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이대표의 입장을 두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우선 가파른 정국상황을 감안해 나왔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선자금문제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 야권의 강공을 막아내려면 여당의 구심점인 대표의 위상이 흔들려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김대통령과 9인 대선주자의 청와대 오찬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던 김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데는 이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요청」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일각에는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정시점에 사퇴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을 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밀려서 대표직을 사퇴할 수는 없으므로 모양좋게 물러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대표는 이제 「명분」의 우위를 점한 만큼 적정 시점에 결단의 모양을 갖춰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청와대 분위기/“임시국회 앞두고 현상유지”
김영삼 대통령은 4일 신한국당 대표 사퇴문제와 관련,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29일 대선주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중립적 자세를 취했다가 일주일만에 『이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이대표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예상 밖이라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주례보고 수시간 전까지 『이대표가 통상적인 당무보고외에 대표 사퇴문제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늘 아침 이대표 비서실장인 하순봉 의원과 통화했을 때도 「대표 문제는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대선주자 회동에서 사퇴 공세에 몰린 이대표가 『총재와 협의해서 판단하겠다』고 협조 메시지를 보냈으나 청와대의 기류는 한결같이 『당내 문제이므로 당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이 이대표 체제유지를 위해 작심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대표를 그만두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현상유지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이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다기 보다, 그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을 경우 「이대표 죽이기」로 문제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대표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렸다는 관측도 있다. 「시한부」와 같은, 김대통령의 어휘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단어가 샤용된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김대통령이 이대표와 반이대표 사이에서 정치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그래서 반이대표측의 반발 강도가 폭발성이면 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반이진영 반응/서운한 표정 공세 더욱 강화
반이회창 대표 진영은 4일 주례보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시한부 대표가 아니다」고 언급한데 대해 맥빠지고 서운한 표정들이다. 그렇다고 반이 주자들이 이대표 사퇴요구를 거둔 것은 아니다. 반이 주자들은 오히려 『이대표가 자리에 급급해 때를 놓치고 있다』며 보다 더 강하게 반격을 가하겠다는 자세다.
반이 주자들은 이르면 5일 저녁 회동, 공동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며 그 결과는 상당히 강한 수준의 반발로 표출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박찬종 고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는 5일 낮 공주의 민주산악회 행사에서 만나 일차적으로 의견을 조율한다.
이한동 고문측은 『이회창 대표가 구술한 내용을 이윤성 대변인이 발표했다. 청와대가 직접 발표하지 않은 데 주목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고문측은 『뜻을 같이하는 주자들과 모임을 갖고 공동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종 고문은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어 얼마전 밝힌 경선불참 의사를 구체화할 지 주목된다.
이수성 고문측은 『원론적 수준의 얘기로 청와대가 명백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워 이런 식의 발표가 나온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김덕룡 의원측은 『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단안을 내려주길 기대했으나 이를 저버려 무척 아쉽다』며 『대표직 사퇴문제는 계속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렬 의원과 이인제 지사는 『이대표가 자신의 진퇴문제를 총재에 떠넘겨서는 안된다』며 『총재에 의지해 자리를 지키려한다는 오해를 받지않길 바란다』고 비판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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