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천연동굴 줄지은 ‘바다제비들의 천국’/그 수중속에 펼쳐진 형형색색 ‘산호정원’과 열대어의 군무/그곳에 가면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엘니도(El Nido)는 스페인어로 「제비들의 둥지」를 뜻한다. 바다제비 서식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곳곳의 천연동굴이나 절벽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바다제비는 중국의 제비집요리 원료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엘 니도는 바다제비들만의 낙원은 아니다. 해양레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이다. 필리핀 7,100여개의 섬 중에서도 작열하는 태양과 진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가 원시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해양레포츠의 백미는 역시 스쿠버다이빙. 시기적으로는 적당한 수온과 바닷 속 가시거리가 가장 긴 3월에서 6월까지가 제일 좋다. 깎아지른 듯한 해저암벽을 등뒤로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산호초 속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속세에서 찌든 심신의 피로가 온데간데 없이 녹는다.
리조트에는 전문 다이버마스터가 있어 초보자도 환상의 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격증이 있는 중·고급다이버에게 걸맞는 세계 최고의 포인트들이 많다.
스쿠버다이빙이 아니라면 엘 니도 읍에서 서남쪽으로 45분 거리에 위치한 미니록 아일랜드 리조트 앞바다를 권할 만하다. 야자수와 어우러진 작은 부두, 30여개의 아담한 별장, 하얀 모래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신혼여행객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이곳은 어찌나 산호가 많은지 일명 「산호정원」으로 불린다. 만 안에 위치해 파도가 거의 없고 물빛이 투명해 스노클링의 최적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보기만해도 즐거운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친구로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빵 한 덩어리만 있으면 된다. 마치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달려들어 먹이를 받아먹는다. 마음의 대화가 절로 이루어진다.
차양이 달린 배를 타고 인근 열대섬 주위를 일주하는 것도 환상적이다. 바다는 조물주의 조각품 같은 크고 작은 돌섬으로 둘러싸여 마치 호수 같이 잔잔하다. 큰 거북이들이 유유히 물을 탄다. 적당한 곳에 배를 대고 열대어라도 낚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해질 무렵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보는 하늘과 바다는 온통 붉은 빛.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는 강렬함이다.
엘 니도의 밤은 더욱 아름답다. 열대의 밤은 하오 6시면 찾아온다. 해변가에 식탁을 차린 다음 촛불을 켜고 즐기는 저녁식사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 와인 한 잔이 이국의 흥취를 돋군다. 고개를 들면 머리 위에는 별들이 그야말로 쏟아질 듯하다. 맨 처음 열린 그대로의 하늘이다. 달조차 큰 별인양 반짝거린다. 엘 니도에서는 새벽에 잠이 깬다. 신경쓸 일도,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으니 오래 자지 않아도 몸은 가뿐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일출은 열대의 아침을 재촉한다. 붉은빛 하늘이 서서히 담청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뜨거운 기운을 느끼면 어느새 아침이다. 이때쯤 원숭이들도 잠에서 깨어나 아침 산책을 나온다.
엘 니도는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필리핀 환경청의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다. 건물 높이는 야자수나무 키 이하로 제한되어 있고 바다에는 담배꽁초를 비롯한 일체의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조개류와 산호의 외부유출은 철저히 단속한다. 모두 천혜의 자연을 오염없이 그대로 후손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개발과 함께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관광자원과 비교해볼 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엘니도(필리핀)=이정호 기자>엘니도(필리핀)=이정호>
◎이것만은 알고 갑시다/마닐라서 비행기·배타고 2시간/12∼6월이 비 안와서 여행 적기
필리핀은 16세기말부터 19세기말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그 영향으로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신자이며 서구문화에 익숙해 「아시아 속의 유럽」으로 통한다. 또 진주가 많이 생산돼 「동양의 흑진주」로 불리기도 한다.
공식언어는 타갈로그어를 기초로 한 필리핀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필리피노로 불리는 대다수 주민은 주로 중국계 혼혈이며 미국 또는 스페인계 혼혈인 말레이인종도 제법 된다. 화폐는 달러와 페소를 함께 사용하는데 1페소는 약 30원 정도. 엘 니도는 필리핀 주요 섬 중 하나인 팔라완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 수도인 마닐라 소리아노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30분쯤 가면 엘 니도 리오공항에 도착한다. 다시 전용선으로 갈아타고 45분 가량 뱃길을 가면 섬에 닿는다. 해양성 열대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30도 남짓이며 우기를 피해 12월에서 6월 사이가 여행에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휴양시설로는 미니록 아일랜드 리조트와 팡글라시안 아일랜드 리조트가 있다. 숙박 기간 내내 리조트 직원의 가이드를 받을 수 있으며 아침·점심·저녁 식사는 모두 뷔페로 제공된다. 팁은 받지 않는다. 문의전화는 세홍항운 (02) 501―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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