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홍구 고문(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홍구 고문(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Ⅰ)

입력
1997.06.04 00:00
0 0

◎“노동법 단독처리 판단 잘못했다”/“21세기엔 화합형 지도자 나와야”/연성 이미지 말 많지만 내 스타일 유지할 것/대선자금 문제 ‘3금’ 직접 만나 해결 바람직/눈앞에 있는 통일 우리가 적극 주도해야/“기다리면 내 역할 있을 것” 연대모색 시사◇사회

이성춘 한국일보 이사 겸 논설위원

◇패널리스트

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장

박진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교수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

◆모두발언 요지

나라가 무척 어렵다. 정치가 어지럽고 경제가 힘들고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총체적 위기」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로 질주하는 동안에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식지 않았고, 마침내 민주화에도 성공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기까지 우리에게는 일곱 분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들의 운명을 돌이켜 볼 때, 과연 인간으로서, 지도자로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권력이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혜를 모아내고, 편견과 독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권력은 반드시 분산돼야만 한다. 이에 「책임총리제」를 제안한다.

통일이 눈앞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통일 당사자인 우리보다 훨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대국에 우리의 미래가 또한번 저당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두려움을 씻고 통일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통일시대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 분단은 남북한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간, 이익단체간에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세기는 절차를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화합의 지도자를 대망하고 있다. 화합의 지도자로서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싶다.

―연성 이미지가 생존전략 차원의 처세 철학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관된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주위에서 강하게 나가라고 요구할 때가 많지만 지금까지 내 스타일과 생활태도를 유지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유학을 미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병역 대신에 자원봉사를 할 용의는.

『미국 유학 도중 건강이 나빠져 귀국이 늦어졌고 징집연령을 초과해 제2국민역이 됐다. 자원봉사는 좋은 얘기인데, 미국에서 오자마자 육군사관학교에서 정치학개론 강의를 요청해 육사 26기생들에게 정치학을 가르쳤다. 당시 동년배들이 군생활을 어렵게 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다』

―중앙일보·MBC 토론에서 유신을 찬양한 글을 쓴 기억이 없다고 했는데, 정치인들의 가장 큰 해악이 「기억상실증」 아닌가.

『확실한 기억이 없다. 있으면 지적해달라. 남북관계상 강력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많지만 권위주의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권력 분산을 자주 주장하는데 국무총리 재직시 헌법의 내각제 성격을 실천에 옮긴 적이 있는가. 김현철씨 문제를 대통령에 건의한 적이 있는가.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는 관행으로 정착되지 못했다. 총리로 있으면서 불행히도 큰 노력은 하지 못했고 진전도 없었다. 대통령제의 근본적 재고 없이는 (권력분산은) 힘들다. 김현철씨의 활동에 대해서는 한두번 이야기를 들었으나 구체적으로 사례를 보고받은 적은 없다』

―노동법 변칙처리의 주역으로 알려져 연성 이미지가 훼손됐고 이후 파업사태 등 엄청난 파국이 초래됐는데 당시 입장은.

『당시 노동법 개정은 노사 양측에서 각각 국제수준의 노동권익 확보,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위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회통과 절차였는데 당시 국회의 한계상황(야당의 강력 반대)이 있었고 경제가 대단히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노동법 단독처리는 판단과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 안일했다』

―상황이 바뀌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인가.

『절차에 대해서는 그렇다』

―민주노총의 합법화가 3년 유예되는 등 노동계의 불만이 컸는데.

『당에서는 기업가와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문제여서 당장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가 워낙 어려워 빨리 처리하려 했고 그래서 국회회기 마감 1주일전에야 정부안이 넘어왔고 당이 상당히 불만스러워했다. 민주노총 합법화의 3년 유예는 당 소위원회에서 지역구 등에 대한 문의 과정을 거쳐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열린경제 힘있는 나라」는 직접 썼나.

『여러 의견을 모아 연구원의 조교에 구술해 출간했다』

―OECD가입이 시기적절했다고 평가하는가.

『위험 부담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말석에서부터 시작해 국민들이 함께 노력하면 선진국 기준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OECD 가입에는 안보적 측면이 고려됐다. 통일을 위해서는 경제적 보험이 필요한데 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의 지원과 이해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러닝 메이트 차원에서 염두에 둔 총리후보가 있는가.

『지금까지는 전국의 명망가들 중에서 총리를 물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지지하는 정치 총리가 나와야 하고 그러면 2∼3명으로 압축될 수 있다. 현재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리 경질이 잦으면 혼란이 오는데 총리 임기 보장에 대한 견해는.

『그런 얘기가 많지만 현행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법적으로 어렵다. 법에 못지 않게 관행이 중요하다』

―경선에 승산이 있는지, 또는 세 불리를 느낄때 다른 후보를 민다면 선택기준은.

『전체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는 좋지 않은데 여러 사람들이 「누구를 밀고 싶은데 그 사람이 안되면 이고문을 밀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좀 기다리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경기고 동문인 이회창 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은 아니지만 이수성 고문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답변을 기대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이회창 대표는 중학교 동창이고 이고문은 호형호제하는 관계다』

―이회창 대표의 사퇴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직이 대선과정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기 때문인가.

『강력히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 정서로 볼 때 전임대표였던 내가 후임대표의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사실은 그런 시비가 일어나서 불필요하게 국민들의 비판을 받게되는 것이 큰 문제다』

―이고문이 그런 상황이라면.

『나라면 물러날 것이지만 그것은 본인이 적절히 결정할 문제다』

―황장엽씨의 망명동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장망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의 말대로 그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정일체제에 대한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체제가 수백만, 수천만의 국민들을 기아에 처하게 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황씨가 전향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향 권유는 옹졸한 생각 아닌가.

『황씨에 전향을 권유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를 것이다. 담당 부서에서 상당히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10월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지명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가.

『그때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하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후보가 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사표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허용돼야한다. 다만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그 원칙이 유효하다. 지난 몇개월동안 국내 정치상황은 극히 혼란해졌다. 대통령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타당한 것으로 본다』

―「열린경제…」에서 공동체와 시장경제를 절충했는데 어느 것이 몸통인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은 시장경제와 사회안정·정의를 동시에 실현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느낀다. 지난번 노동당이 대승을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경제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21세기를 대비해 시장경제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공산체제를 연상시키고, 저서에 나오는 포퍼는 사회주의학자인데.

『공동체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아마 가톨릭일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공동체는 한국적인 상황에 잘 맞는다. 포퍼의 분석적인 측면을 공부했다. 나는 유럽사회주의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의 임금결정과정 개입을 찬성하는가. 그리고 개혁론자로 보아도 되는가.

『(정부의 임금개입은) 원론적으로 반대다.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재직때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는데 당시 성격을 어떻게 파악했는가.

『5·18 그날에는 정보부족 상태에 있었다. 그후 상당히 심각한 상태가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민주헌정이 무너지고, 국민의 저항이 일어날때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과정에서도 길게보면 이 모든 것이 남북한의 특수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총리 재직시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한 공소권없음 결정으로 국민저항에 부닥쳤는데.

『헌법적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석의 권위자에게 넘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그 결정은) 역사바로잡기와 국민의 정서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결정했으리라고 본다』

―이고문은 유연성을 유난히 강조하는데. 신한국당 대표시절 금융실명제 완화, 안기부강화 등의 정책에서 사회민주주의자로서의 희망이 어떻게 실천되었나.

『유연성은 교조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기위해 강한 법도 만들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도 없다. 조화로운 정책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기부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내 생각이 아니다. 안기부는 많이 유연해졌다』

―92년 대선자금을 밝히지 않고 있는 대통령의 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대선자금문제는 우리정치가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대선자금 문제는) 불행한 과거와 92년의 특수한 상황을 동시에 이해 해야한다. 과거를 질타하는 것은 우리가 동시대에 살고 있기에 관대해야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준엄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대통령의 자세는 잘됐다고 본다. 이는 원론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바로 이 시대를 이끌었던 3당의 김총재께서 직접 만나 국민에게 비교적 설득력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견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역사와 법의 원칙을 어떻게 지키느냐, 그리고 국민적 합의 도출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가느냐를 동시에 고려해야한다. 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헌정사상 결정적인 시기에 총칼앞에 무력했던 대통령들을 기억하는데.

『헌법을 지키는데는 결연한 자세를 취하겠다』

―최근 시중·국책은행장 선거에 잡음이 들리고 있다.

『은행장선출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고문의 국제감각과 유연성의 결합으로 국제협상에서 상대방 국가에 양보를 많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자국의 이해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할때 도 있다. 그것이 상황을 잘 알고 했을 때 통하는 것이다. 요즈음 모르면서 우기는 것은 잘통하지 않는다』

―아침식사때 외국산 콘첵스(시리얼)를 드신다는데.

『요즈음은 먹지 않는다. 예일대 박사과정에 있을 때 댄푸드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재단에 돈을 내는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니까「기왕이면 신세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즐겨 먹었다. 특별한 뜻은 없다』

―총리와 당대표로서 대통령과 많은 자리를 함께 한 입장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중대결심」은 어떤 내용이라 짐작하는가.

『근래 뵐 기회가 없어 짐작하지 못한다. 언론에서 국민투표라고 보도했는데 정치학자로서 국민투표를 좋아하지 않는다. 신중한 것이 좋다. 민주주의는 원론적으로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 국민투표로 나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전직대통령의 과거를 묻겠는가.

『현직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법적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을 묻는 것 같은데 이는 전적으로 법적인 문제다. 누구도 법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여건은 어려워지고 힘의 불균형에 의한 통일분위기는 가까워지는 상충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편으로 북한의 붕괴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론 이에 대처할 우리 경제력은 다소 흔들리고 있어 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그중 하나가 준비의 문제다. 독일지도자중 아무도 통일 6개월전에 통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현재의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고,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지원을 받을 것인가를 준비해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정리=김병찬·권혁범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