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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구중서 교수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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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구중서 교수 소감문

입력
1997.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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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만만한 문학청년의 심정으로…/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인으로도 소설가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평론가가 된다고/문제가 많은 현실일수록 사회의 인간화를 위해 문학은 해야 할 일이 오히려 더 많을 뿐이다이 상을 받기에는 내가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상이 오늘의 한국 문예비평 장르에서 뚜렷한 비중을 갖게 되었고, 이번 심사위원들은 평소에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들이라는 점을 또한 생각한다. 따라서 이 상의 의의는 오늘의 한국문학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며 앞으로 감당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문단적 문예비평에 참여해 왔고, 대학에서도 문예비평론 시간을 맡고 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설가 이문구씨가 여러 해 전에 농담 비슷이 한 말이 있다. 시인이 못된 사람이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도 못된 사람이 평론가가 된다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인으로도 소설가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평론가가 된다고』

19세기의 문예비평가 생뜨 뵈브는 『비평도 창작』이라고 했다. 20세기에 분석주의가 인문 분야의 방법으로 횡행하게 되고, 문예학이 비평과 어울리면서 이제 비평도 창작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은 드물게 되었다.

그러나 분석주의는 충실성에 있어서 미덕이 되기도 하지만, 이 것이 인간과 사회의 전모를 보는 데에 지장이 되고 있다. 분석을 한 다음에는 다시 종합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창조에 이르지 못하면 문학예술로서의 생명은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시와 소설을 다룰 때 직접 창작자의 정열과 도취에 몰입해 일체가 된다고 느낀다. 그리하여 감동하고 또 아쉬움에 대해서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것이 나의 비평이며 나의 기쁨이다.

어떤 이들은 시대 현실의 변화를 맞이하여 문학의 위기 또는 민족문학의 위기를 거론하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쇠퇴라든가 자본주의의 전지구화가 문학에 위기를 초래할 이유는 없다. 문제가 많은 현실일수록 사회의 인간화를 위해 문학은 해야 할 일이 오히려 더 많을 뿐이다. 더욱이 인간존재와 맞먹는 언어를 가지고 삶과 사물의 의미를 탐구하는 문학예술의 가능성은 끝없이 풍요하게 남아 있다.

자유와 이성과 미적 가치의 보편성을 신뢰하는 창조적 세계관이 필요하다. 문예비평 30여년의 경력을 가진 나이지만 나는 아직도 치기만만한 문학청년의 심정을 지니고 있다. 나는 바로 이 치기를 가지고 이번 수상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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