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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눈감은채 미동도 안해/한보 선고공판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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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눈감은채 미동도 안해/한보 선고공판 이모저모

입력
1997.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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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씨 얼굴 상기… 김우석씨는 눈물한보 특혜비리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2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은 재판시작 30여분전인 상오 9시30분께 이미 2백석의 방청석이 모두 들어차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재판장인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 손지열 부장판사가 40분여동안 비장감이 감도는 목소리로 판결이유서를 낭독하는 동안 법정안에는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태수 피고인은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되는 순간 이미 예상한 듯 눈을 지그시 감은채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한 좌석 건너 앉아있던 아들 정보근 피고인은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8차례 공판내내 출석한 종근씨 등 정피고인의 다른 아들 3명은 이날도 방청석에 모두 나와 앉아 굳은 표정으로 판결순간을 지켜 보았다.

○…결심공판 이후 변론재개까지 요구해 가며 무죄를 주장해온 권노갑 피고인은 이날도 입정하면서 방청석에 눈인사를 던지는 등 여전히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손부장판사가 『96년 10월7일 저녁 하얏트 호텔에 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자 유죄를 직감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권피고인을 제외한 정치인과 전직 은행장들은 대부분 법률감경까지 받아 비교적 관대한 형량을 선고받은 탓인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내무부장관 김우석 피고인은 공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퇴정하자 한꺼번에 긴장이 풀리는듯 눈물을 떨구기도 했으며 황병태 피고인과 정재철 피고인은 선고후 서로 웃으며 인사말을 건네는 등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검찰 승리자축 오찬

○…선고형량에 대해 변호인단은 크게 불만을 나타냈다. 정태수 피고인의 변호인 정태류 변호사는 『우리의 주장에서 받아들여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권피고인의 변호인 이석형 변호사도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며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에 반해 심재륜 중수부장을 비롯한 검찰 수사팀은 이날 모처럼 점심식사때 함께 모여 「승리」를 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사건과 91년 수서 택지분양 비리사건은 다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형 비리인데다 정태수 피고인과 권력실세들이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재판결과도 비교되고 있다.

수서사건때는 정피고인을 비롯, 정·관계 관련 피고인 9명중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 등 3명을 제외한 6명이 집행유예로 석방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피고인을 포함한 피고인 11명중 정피고인이 「머슴」으로 칭한 김종국 피고인을 제외한 10명 모두에게 실형이 선고됨으로써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처벌강도가 훨씬 강화됐음을 나타냈다.

○정씨 분리선고 검토

○…재판부는 선고를 앞두고 정태수 피고인을 다른 피고인들과 분리해 선고하는 방안을 놓고 숙고했다는 후문이다.

재판부의 한 판사는 『정피고인의 혐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데다 정피고인이 김현철씨 비리사건에도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 때문에 한때 분리선고를 고심했었다』며 『그러나 검찰 수사상황을 볼 때 더 이상의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철회했다』고 설명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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