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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초청 내한 월드워치연구소 브라운 소장(한국인터뷰)

입력
1997.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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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앞선 나라가 경쟁 이긴다”/경작지 감소·대기오염 등 현 한국상황 우려수준/북한 식량위기도 결국 삼림·토양파괴가 초래/수자원 등 대책없으면 동북아 환경재앙 올수도/언론중심 녹색생명운동 대중교육에 큰 효과□대담=신윤석 사회부 기자

세계적인 민간 환경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Worldwatch Institute) 레스터 러셀 브라운(Lester Russell Brown) 소장(64)이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의 초청으로 서울에 왔다. 2일 강연회에 앞서 숙소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브라운소장은 「대통령들의 필독서」로 불리울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지구환경 보고서」의 저자라기보다는 지구와 생명을 사랑하는 농부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는 알기쉽고 잔잔한 어조로 지구의 환경위기를 설명하고 20여년간 지구의 건강상태를 진단해온 「환경의사」답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열정을 털어놓았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환경전문가의 시각에서 한국 산하와 풍경을 보신 감상부터 묻고 싶습니다.

『우선 김포공항 활주로 바로 옆에 논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아 공통의 문제이지만 한국도 토지가 부족해 식량자급이 어려우리라는게 쉽게 이해가 되더군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곳곳에 파헤쳐 놓은 건설현장이 있었습니다.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나라임을 실감했고 앞으로는 환경친화적인 경제체제가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드워치의 활동과 운영을 직접 설명해주시지요.

『우리는 정치적 시위나 로비를 하지는 않고 지구 차원의 환경문제를 연구해 정책권고안을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15명의 전문연구원과 15명의 홍보·교육담당자들이 있고, 해마다 지구 차원의 환경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냅니다. 경제학이나 정치학 등 한정된 시각이 아니라 에너지 식량 기후 등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분석틀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74년 설립 당시는 록펠러재단 등의 재정지원이 컸지만 이제는 자체 출판물의 인세수입 등으로 운영비중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등 완전히 독립된 활동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구와 한국의 건강상태를 진단해주시겠습니까.

『현재 98년 1월에 나올 15번째 지구환경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불행하게도 해마다 삼림은 줄고 사막이 넓어지며 인구와 대기중 이산화탄소농도는 늘어나는 악화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도 심각해지고 있으며 멸종생물이 늘고 지하수층 오염도 심화하고 있어요. 단 한번이라도 「지구건강이 좋아졌다」라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소원입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대기·수질오염 속도가 세계 평균치를 웃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경작지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미래의 식량사정을 생각할 때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환경규제 등 사회적 규제를 완화해 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도 그같은 의견이 많지요. 그러나 국제화시대에 환경이 앞서는 나라가 최종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게 제 확신입니다. 70년대 석유파동 때 일본이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생산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엄격한 오염허용치를 고수해온 네덜란드는 공해방지설비 수출국으로 경제가 탄탄하지요. 한마디로 환경친화적 나라가 경쟁력이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도전은 경제에서의 기회」입니다』

―농업 전문가이기도 하고 국제적 식량위기를 경고해오셨는데 북한의 식량난을 분석해주시지요.

『북한은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모두 심각한 상태입니다. 북한 정부는 2년간의 수해로 흉작이 발생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기후·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은 피해가 없었지요. 이는 북한이 삼림파괴와 토양침식으로 식량난을 자초했고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한 흉작은 반복되리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북한 얘기가 나온 김에 대만 핵폐기물을 북한에 반입하려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대만은 저준위 폐기물이라고 주장합니다만 그린피스 등은 고준위 페기물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특별하고 확정적인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저준위페기물이라면 왜 굳이 대만이 외국으로 내보내려 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이는 대만이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의 처지를 이용해 핵페기물을 떠넘기려 한다는 윤리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만은 그동안 핵발전소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니 그렇다면 폐기물도 자국내 처리를 해야지요. 운반중에 주변국에 피해를 끼칠 위험도 있고 현재 경제상태에서 북한의 처리능력도 의문입니다』

―대만 핵폐기물 처리에서 나타나듯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러시아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은 서로 환경적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어떤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동북아는 이미 급속도의 경제성장과 인구밀집이 진행됐거나 진행중이지요. 각 나라들이 공조체제를 만들어 예방차원의 환경대응을 하지 않으면 커다란 환경재난이 올 수 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은 각각 곡물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도 이 대열에 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기후변화로 국제 식량수급이 불안해질 경우 공동의 식량·경제위기가 초래될 것입니다. 농경지보전이나 수자원 보호에 함께 나서야 할 것입니다』

―리우선언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은 당초 월드워치 연구소의 제안으로 알고 있는데 언뜻 모순되는 조어 같기도 합니다.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우리 연구소가 20년전 개발한 개념입니다. 생태계가 지속되지 못하면 경제체제도 유지될 수 없다는 생태학적 개념이지요. 고용창출위해 환경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일보는 한국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환경련과 녹색생명운동을 3년째 펼치고 있습니다. 일종의 새로운 실험인 이 운동에 대한 견해를 말해주십시요.

『타임이나 CNN이 환경특집 등으로 집중보도를 한 사례는 있지만 언론과 NGO가 구체적·지속적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환경문제는 대중을 직접 교육해야만 하는데 기존의 교육체계로는 시간이 걸리는게 문제입니다. 언론의 교육기능이 효율적임을 감안할 때 한국일보와 환경련의 활동은 다른 나라에도 모범이 될 것입니다. 계속 활동 내용과 성과를 지켜보며 다른 나라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른바 그린라운드에 대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선진국에 의한 또다른 무역장벽이란 불신도 없지않습니다.

『WTO 협상에서 환경부문이 부족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경제나 기업은 다른 국가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배척과 불매운동 등에 의해 어차피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한국은 아시아국가들에 급속한 경제성장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도 제시, 이 지역에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합니다. 재활용문화, 이산화탄소 배출농도 감소, 농지보전 등에서 모범을 보이기를 바랍니다』

□약력

▲34년 출생 ▲55년 러트거스대학서 농학사 ▲59년 미 농무성 국제농업분석 담당 ▲64년 해외 농업정책 고문관으로 아시아농업 등 연구 ▲74년 월드워치 연구소 설립 ▲84년부터 「지구환경보고서」 발간 ▲86년 맥아더 펠로우상 수상 ▲87년 유엔환경계획 환경상 수상 ▲94년 푸른지구상 수상 ▲95년 「Who’s Who」지가 선정한 「위대한 미국인 50인」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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